스스로 외부 상처도 치유하고 강도도 현존 최고 수준의 두 배에 이르는 고탄성 소재가 개발됐다. 그동안 가능성에만 그친 자가 치유 기능 물질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직무대행 정순용)은 황성연·박제영·오동엽 바이오화학연구센터 박사팀이 실온에서 자가 치유 기능이 있으면서 강도도 기존 대비 두 배 수준으로 향상된 신소재 '엘라스토머'의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엘라스토머는 늘어나고 줄어드는 고분자 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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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학연구원이 개발한 자가 치유 신소재가 절단실험을 겪은지 두 시간만에 접합된 모습.

자가 치유 기능과 강도는 그동안 양립하기 어려운 요소로 여겨져 왔다. 실온에서 기능하는 기존의 자가 치유 소재는 주로 수소 결합을 이용하는 소재를 이용, 내부 고분자가 쉽게 이동할 수 있게 함으로써 치유 기능을 부여한다. 이 때문에 높은 강도를 유지할 수 없어 상용화가 어려웠다.

화학연 연구팀은 강한 소재에 자가 치유 기능을 부여하는데 집중했다. 처음부터 강한 소재를 쓰면 자가 치유 기능을 더해도 상용화가 충분히 가능한 수준의 강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했다.

연구팀은 강도가 센 열가소성 폴리우레탄의 기본 골격에 황 화합물을 첨가, 실온에서 복분해 반응(두 종류의 화합물이 서로 성분을 교환하는 반응)이 잘 이뤄지도록 했다.

또 구조물 내 단단한 부분의 밀집도를 낮추면서 자가 치유 기능에 필수인 '링-플립' 현상이 쉽게 일도록 추가 물질을 적용했다. '링-플립' 현상은 화합물이 의자 모양과 보트 모양으로 입체 구조를 번갈아 가며 바꾸는 현상이다. 고분자의 확산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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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결과가 표지논문으로 선정된 2018년첫 어드밴스트 머터리얼지

이렇게 만들어진 신소재는 절단·재접합 실험에서 2시간 만에 80%의 강도를 회복했다. 실험 6시간 후에는 5㎏의 아령을 들 수 있을 정도의 강도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 신소재를 자동차 도장, 스마트폰 보호필름, 4차 산업혁명 기술 센서 소재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 흠집의 경우 30분 안에 자동 복구가 가능하다. 공정 추가 없이 이미 상업화된 열가소성 폴리우레탄 소재 공정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황성연 박사는 “상온 자가 치유 기능과 강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연구에 성공했다”면서 “기관 단독 개발 기술이어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의의를 부여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