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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는 비교조차 안 될 수준이었습니다. 기술 격차가 너무 커 보였습니다.”

지난해 11월 29일~12월 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이렉스(iREX) 2017'에서 만난 국내 로봇업체 관계자의 낙담한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이렉스는 일본에서 열리는 로봇산업 전시회다. 일본 기업 주도로 세계의 최신 로봇 제품과 기술이 대거 공개됐다. 일본이 로봇 산업 선진국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직접 목격하니 로봇 선진국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시간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국내 업계는 개별 요소 기술 국산화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에 일본은 각종 요소 기술을 결합한 완성품을 보란 듯이 선보였다. 마치 무언의 화력 시범을 보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가 선진 기술력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일본의 높은 벽은 과연 넘을 수 있을까. 전시회 현장을 누비면서 의구심이 가시지 않았다.

국가가 수지타산이 맞지 않더라도 보호하는 전략 산업이 있다. 농업이 그렇다. 단순히 경제 가치를 따진다면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식량 안보를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원할 수밖에 없다.

로봇 산업도 비슷하다. 산업 규모와 별개로 국가 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 산업이다. 정부가 10년 넘게 로봇 산업 육성에 공을 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조업으로 먹고사는 한국에서 로봇은 빠질 수 없는 생산 수단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선박, 철강 등 주력 산업에 다양한 로봇기술이 투입된다.

한국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를 거치면서 산업용 로봇 경쟁력 확보에 실기했다. 그 결과 핵심 부품과 고성능 로봇을 외산에 의존하고 있다. 지금 일본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도 투자 타이밍을 놓친 결과로 볼 수 있다.


농업처럼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로봇 산업이다. 국산 대항마가 없으면 외산 로봇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른다. 제조업 강국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마침 세계 로봇 시장에도 협동로봇 등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한국의 로봇 산업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또 놓쳐서는 안 된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