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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양 삼성서울병원 교수(4차산업혁명위원회 헬스케어특별위원장)

의료 기술은 인류 문명 발전과 함께 진화했다. 불과 70여년 전만 해도 감염되면 속수무책이던 전염병을 페니실린 같은 항생제로 쉽게 치료할 수 있게 됐다. B형 간염 발생은 간염 백신 예방 접종으로 현저히 줄었다. 내시경 덕분에 암 발생이 감소했고, 최근에는 미생물 연구로 세균과 바이러스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이렇듯 의료 기술은 과학기술 성장과 함께 발전했다. 의사들은 당대의 과학기술을 망라한 첨단 기기와 장비로 환자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 노력한다. 최근 의료계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정밀의료는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의료 서비스의 새 패러다임으로 등장했다.

정밀의료는 환자의 유전체, 진료, 생활 등 다양한 정보를 포괄 이용한 개인 맞춤 예방·진단·치료를 의미한다. 질병은 발생, 진행, 치료 반응이 생물 특성과 환경 요소 복합 작용에서 기인한다. 이의 정확한 예방, 진단,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가 병원에서 하는 검사 외에도 유전체 및 생활 정보와 함께 통합 분석이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등장한 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이 이러한 통합 분석을 가능하게 했다. 그 덕분에 정밀의료라는 개념이 등장할 수 있었다. 바이오와 의료 분야의 모든 지식 및 개인 정보를 통합한 의료 서비스를 지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이들 기술을 활용해 각자의 유전체 정보를 클라우드에 저장해 두고 새로운 만성 질환 정보가 나올 때마다 생활 습관 정보를 반영, 살펴볼 수 있다. 각 질병의 위험도를 개인 맞춤형으로 예측하고, 이전에 치료받은 환자 가운데 비슷한 환자 정보를 활용해 나에게 적합한 치료 방법을 알아낸다. 이를 통해 의료 서비스 향상, 의료비 절감, 바이오 의료 산업 성장도 지켜보게 될 것이다.

최근 미국, 영국, 중국, 일본 등 각국은 자국의 의료 제도에 맞는 정밀의료 프로그램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정밀의료의 기반이 되는 유전체 정보 획득을 위해 미국은 100만명의 유전체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도 10만명의 유전체를 분석, 환자에 적합한 약물을 선택하는 시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밀의료 관련 범 부처 연구개발(R&D) 사업이 시작됐다. 일부 병원은 환자의 의료 빅데이터를 IBM AI 임상 의사 결정 지원 시스템 '왓슨(Watson)'을 통해 분석, 진료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한국인은 중국이나 일본 사람들과 뚜렷이 다른 유전 특징이 있다. 즐겨 먹는 음식이나 주어진 환경, 날씨도 다르다. 당연히 질병이 발생하는 패턴도 다르다. 이에 따라서 우리도 국가 차원에서 한국인의 특성과 우리 의료 제도에 적합한 정밀의료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내보이기 시작한 바이오 시밀러와 신약 등 바이오 의료 산업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정밀의료, 4차 산업혁명 기술 연구와 투자의 적극성이 절실한 때다.

정부도 정밀의료 분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기술-산업-제도'를 종합 지원하는 새로운 개념의 투자 플랫폼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개별 부처가 수행하고 있는 정밀의료 R&D, 인력 양성 등 여타 관련 사업을 통합 분석한다. 관련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제도, 연관 산업 등을 조사한다. 정밀의료 분야의 혁신 성장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4차 산업혁명은 두려운 미래가 아니라 우리가 이용해야 할 기회다. 정밀의료가 시현될 경우 우리 국민이 누릴 혜택은 매우 크다. 건강관리를 효율화해 질병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고, 병원은 개인의 특성을 고려해 부작용 없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

정밀의료 관련 제약·분석·진단 산업이 발전한다. 개인의 건강과 국가 발전에 이로운 영향이 미친다. 이런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와 연구계, 의료계가 모두 힘을 모아 국민 건강 및 미래 바이오 의료 산업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박웅양 삼성서울병원 교수(4차산업혁명위원회 헬스케어특별위원장) woongyang.park@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