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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요동치는 환율에도 손발 묶인 정부...상반기 1000원 전망도

발행일2018.01.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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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연중 내리막길을 걸었던 원/달러 환율이 연초부터 급락하며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에 환율 하락(원화 강세)은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원화 강세는 이어질 전망이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 정부의 '적극 대처' 입장 발표에도 환율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문제 때문에 사실상 정부 손발도 묶여 있다.

Photo Image<ⓒ게티이미지뱅크>

◇급락한 환율…3% 성장에 걸림돌 우려

새해 첫 거래일(1월 2일)부터 환율 시장은 요동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1061.2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작년 말 마감가보다 9.3원 떨어진 수치다. 2014년 10월 30일(1055.5원) 이후 3년 2개월 만에 최저치다.

이날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급격한 변동에는 정부가 대처해야겠지만 일단 전체적으로는 시장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불안한 모습이다.

지난 8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한때 1050원대까지 내려갔다. 환율이 장중 1050원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4년 10월 31일(1052.9원) 이후 처음이다. 이후 외환 당국 개입으로 추정되는 매수세가 들어오며 환율이 급반등했고, 이날 환율은 1066.0원으로 마감됐다.

환율 하락은 우리 수출기업에 악영향을 미친다. 같은 가격(달러화)에 상품을 수출해도 실제로는 더 적은 돈(원화)을 벌게 되는 원리다. 이를 맞추려면 가격을 높여야 한다.

반대로 수입 기업에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 그러나 우리 경제 수출의존도가 높은 점을 고려하면 전반적으로 악영향이 크다.

올해 환율 하락이 수출 부진으로 이어지면 정부 목표인 '2년 연속 3%대 성장'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수출의 '반도체 쏠림' 심화도 우려된다. 국제 경쟁력을 확보한 반도체는 환율 하락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반면 다른 업종 수출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환율이 하락해도 우리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는 국제적 독점력이 있어 수출 지표가 나빠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는 환율보다 시장 사이클이 중요하다”며 “반면 다른 업종 수출은 국제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에 의존하고 있어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hoto Image<ⓒ게티이미지뱅크>

◇원인은 복합적…1000원 초반 전망도

올해 환율 하락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환율 하락이 연중 계속돼 이런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SK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최고점에서 시작해 최저점으로 끝났다. 작년 첫 거래일 환율은 1208.0원, 마지막 거래일 환율은 1070.5원이다.

SK증권은 “지난해 달러화가 (달러지수 대비) 연간 9.4% 하락하는 동안 달러 대비 원화는 12.9% 절상되며 강세 기조를 이어왔다”며 “올해에도 원화 강세가 유효할 전망이지만 강도와 상·하반기 모습은 작년과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속도'와 '폭'이다. 연초부터 환율이 요동치며 상반기 1000원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3일 “기존 발표한 투자전략에서 2018년 중 원/달러 환율이 상반기 1050원 수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 바 있다”며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환율이 1000원 초반 수준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환율 하락 원인은 복합적이다.

글로벌 달러화 약세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작년 말 미국 국회는 법인세율을 대폭 낮추는 내용의 감세안을 통과시켰다. 감세는 미국 기업에 투자 유인을 키워 환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번에는 세수 감소, 재정 적자 확대 우려가 부각되며 달러화 약세 압력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북한 리스크 완화도 원화 강세 요인으로 풀이된다. 최근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참여 의사를 밝히는 등 남북 간 긍정적 분위기가 조성되며 원화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외에도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기준금리 인상이 세 차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 위안화 강세에 따른 원화 동반 강세 압력 상승 등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성태윤 교수는 “환율이 어떻게 움직일지 전망하기는 어렵지만 원화 가치가 상승할 환경이 조성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Photo Image<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는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지난 4일 만나 “시장에서 수급에 의해 환율이 결정된다는 것을 존중하되 과도한 쏠림이 있으면 적극 대처하겠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환율조작국 이슈에…“적극 대처” 공허한 울림

정부가 환율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구두(口頭)개입'과 '직접개입'이 있다.

구두개입은 표현 그대로 말로 시장에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다. 직접개입은 한국은행이 외환을 사고팔거나,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김동연 부총리가 지난 2일 환율 급락 이후 구두개입을 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못 봤다. 4일에는 보다 강력한 구두개입이 있었지만 역시 효과는 미미했다. 이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김동연 부총리와 만나 “시장에서 수급에 의해 환율이 결정된다는 것을 존중하되 과도한 쏠림이 있으면 적극 대처하겠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구두개입 효과가 미미함에도 정부가 직접개입에 나서지 못 하는 것은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우려해서다.

미국 재무부는 매년 상반기·하반기 주요 교역상대국의 환율조작 여부를 조사한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한다. 총 3개 요건에 해당하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돼 미국과 무역 때 피해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2개 요건에 해당한다. 해당하지 않는 나머지 한 개가 '환율시장 개입 여부'다. 환율 하락을 이유로 정부가 직접개입에 나섰다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우리 경제가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손발이 묶였다”고 평가했다. 해외 투자를 늘려 원화 가치를 낮추는 방법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사실상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가 있어 정부가 직접 손을 쓸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일단은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면서 상황에 따라 구두개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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