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영국 오픈리치 로고.

“'적극'이라는 표현은 어렵지만 통신 3사가 필수 설비의 공동 활용에 합의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위 관계자는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과 통신 3사의 최고경영자(CEO) 간 필수 설비(관로·전신주·케이블) 논의 결과를 이같이 설명했다. 민영화 이후 사유 재산으로 구축한 필수 설비를 가장 많이 제공해야 하는 KT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는 표현이다.

정부가 대승 차원의 합의를 끌어냈지만 '울며 겨자 먹기' 식이라면 원하는 5세대(5G) 이동통신 조기 상용화와 투자 효율이라는 성과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사실은 자명하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필수 설비 공동 활용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필수 설비를 규제가 아닌 시장 차원에서 접근하면 어떨까.

필수 설비 가운데 핵심인 관로는 우리나라 전역에 걸쳐 약 15만㎞가 구축된 것으로 추산된다. 관로 70% 이상을 보유한 KT의 임차 실적이 지난해 기준 1000㎞에 미치지 못했다. 케이블TV 등을 포함해도 전체 필수 설비 임대차 시장은 1% 안팎에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약한 실적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미개척 시장이다. 필수 설비 자체로는 수익을 내지 못한다. 임대차 도매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다면 설비 제공 사업자와 제공받는 사업자 모두의 윈윈이 가능하다.

영국 통신사 BT는 2006년 필수 설비 관리 역무를 '오픈리치'라는 별도 법인으로 분사시켰다. 오픈리치는 정부 감독 아래 공정하게 필수 설비를 제공하면서 별도의 도매 시장을 개척, 연매출 51억파운드(약 8조6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KT 민영화, KT-KTF 합병 등 이슈 때마다 필수 설비 공동 활용 제도를 개선했다. 그러나 제도만 존재했고 실제 운영은 미미했다. 시장 규모는 제자리였다.

과기정통부가 6월까지 필수 설비 공동 활용 고시 개정을 목표로 통신사와 실무 협상을 시작한다. 이전과 달리 시장 관점에서 필수 설비의 공동 활용 활성화를 고민해야 한다. KT의 적극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묘수가 되길 기대한다.

Photo Image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