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 동부대우전자, 쿠쿠전자 등 중견 가전기업 인수합병·매각·분할 움직임이 연초를 달구고 있다. 웅진이 코웨이를 다시 합쳐 정수기 분야 왕좌 회복을 노리고, 소형 실용가전 알짜기업 동부대우전자는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곧 가려진다. 밥솥 등 전열가전에서 실력을 키운 쿠쿠는 분활 회사를 통해 렌털분야까지 사업 확장을 꾀한다.

이 같은 움직임이 반가운 이유는 우리나라 가전시장이 유독 대기업 중심으로 고착화돼온 측면 때문이다. 삼성·LG 두 대기업의 시장 장악력이 워낙 압도적이다보니 그 그늘 아래 다양하고 건강한 잔목이 자랄 수 없었다. 물론 이들 시장 조차 외산이 지배하는 국가가 훨씬 더 많지만, 장기적으로 개인화·다양화되는 소비욕구와 제품 혁신을 위해선 중소·중견기업 영토가 조금은 더 넓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차원에서 최근 중견기업에 부는 합종연횡 움직임은 가전 생태계 복원과 건강을 위해 더없이 소중한 일이다. 이 같은 움직임으로 해당 기업이 경쟁력을 되찾고, 나아가 국내외 시장에서 존재감을 발산한다면 우리나라 가전산업 전체를 위해서도 기여하는 바 적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대기업이 판을 벌여주거나 떠난 자리를 메우는 것이 아니라 중견기업 자력으로 본원경쟁력을 되찾거나, 새로운 주인을 세우고 새영역에 도전하는 일이어서 앞으로 기대가 크다. 나아가 소형·특화 가전 등 향후 소비트렌드는 더 많은 갈래가 생겨날 것이고, 기업도 나올 것이다. 새롭게 도전하는 기업에도 최근 중견기업의 포석과 전략은 좋은 본보기가 될 전망이다.

지난 연말부터 이어진 낙관적이지 못한 전망 때문에 가전업계 연초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시장이 들썩거리는 것이 좋다. 중소·중견 가전업계 밑바닥이 움직인다는 것은 여러모로 나쁠게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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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