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에선 모든 것이 '일자리'부터 시작된다. 26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내놓은 2018년 중소기업 정책자금 배정·평가 기준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지원 대상 선정 때 수출·성과 공유는 뒤로 밀리고 '일자리 창출'이 맨 앞에 놓였다. 국정 철학, 정책 우선순위 통일 차원에서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하필 이날 중소기업중앙회가 '2017 대국민 중소기업 이미지 인식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를 들여다보면 중기부의 정책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역설로 설명한다.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 대상 조사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종합 호감도는 100점 만점에 51.4점에 불과했다. '일자리'를 찾고 있는 20∼30대 청년의 중소기업 호감도는 이보다 낮은 47점에 불과했다. 전체 호감도 점수도 지난해 54.0점에서 2.6점 떨어졌다.

중소기업의 일자리 만들기와 현실은 너무 다르다.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 실적이 좋아야 청년의 호감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한 중소기업은 경쟁률이 1000대 1이 넘을 정도로 유능한 청년들이 몰린다. 반면에 실적이 좋지 않고 수익성이 좋지 않은 회사에는 사람들이 찾지도 않는다. 뽑아도 그 일자리는 오래 가지 못한다.

중기부의 일자리 늘리기 정책은 우선순위가 틀렸다. 중소기업 경영인은 정책 자금을 중장기 미래에 대한 투자나 급한 자금 압박 해결용으로 사용한다. 돈을 빌려서 새로운 사람을 뽑는데 사용하라는 것은 중소기업 현실을 왜곡한 처사다. 중소기업에는 고용은 수익을 남기고, 직원을 뽑고, 그 직원이 수익을 남기는 선순환 과정을 일컫는다.

중기중앙회 인식도 조사에서 청년 41.1%는 중소기업이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낮은 급여 수준을 꼽았다. 급여 수준은 중소기업 자체의 기술력, 성장성, 안정성 문제와 맞물린다.

지금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일자리를 안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못 만드는 것이다. 하루하루가 연명인데 어떻게 사람을 더 뽑겠는가.

중소벤처기업부가 늘어난 정책 자금으로 정부 차원 슬로건만 따라 가다 보면 또다시 현실과 동떨어진 데에만 돈을 쏟아 붓게 된다. 가장 필요한 것은 일감 확보와 수출 확대다. 기술 개발과 품질 경쟁력 확보는 원천 문제다. 그것을 풀지 않고선 일자리는 저절로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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