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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스타트’는 파도타는 서퍼의 정확성으로 인터넷시대의 무르익은 기술 쓰나미 위에 멋지게 올라타 새로운 비즈니스 코드 만들기에 성공한 선구자들 이야기다. 이 책은 전세계에 ‘공유경제’의 열풍을 가져온 메가 유니콘기업 ‘에어비앤비’와 ‘우버’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물리적 자산 형태로 갖고 있는 게 거의 없었음에도 구글과 페이스북 이래 가장 인상적인 기업 스토리를 써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새 전세계를 주름잡는 공유경제 리딩기업의 대명사가 돼 있다.

알려졌다시피 에어비앤비는 지구상 최대 호텔회사로 간주될 수 있지만 실제로 소유하고 있는 호텔방은 단 한칸도 없다. 우버역시 세계최대의 자동차 서비스 회사지만 고용한 전문 운전사는 단 한명도 없고, 단 한대의 자동차도 소유하고 있지 않다.

실리콘밸리에서 15년 간 활약해 온 저자 브래드 스톤 기자는 세계 공유경제의 꽃이 된 두 회사의 창업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를 면밀히 추적했다. 이 책은 에어비앤비의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 블레차르지크, 그리고 우버의 창업자 개리 캠프와 살라자르, 캘러닉이 두 기업의 창업에서 오늘의 성공이 있기까지 피와 눈물로 회사를 일궈낸 기록이다.

저자는 우버와 에어비엔비의 성공 스토리가 자신들이 실제로 겪었던 불편함을 해결하려는 창의적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일화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어 이들이 자신들의 아이디어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절대로 굴하는 법 없이 바퀴벌레처럼 살아남아 마침내 ‘죽음의 계곡(chasm)’을 넘어선 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이들이 비즈니스 모델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의 모든 법제도 및 관념에 맞서가며 사업을 키워간 험난한 여정도 기술한다. 이 과정에서 맞닥뜨린 기존 숙박사업자 및 운송사업자들, 그리고 행정당국과의 갈등 및 분쟁 해결 이야기도 함께.

두 벤처의 이러한 절절한 고난 극복 스토리는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과 이미 창업한 초기 벤처, 그리고 이미 죽음의 계곡을 넘어선 기업들의 공감을 받기에 충분해 보인다.

‘업스타트’는 또한 4차산업혁명 시대의 경제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사고방식의 변화를 일깨울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정책 담당자는 전세계를 휩쓰는 공유경제 시대를 맞아 어떻게 전통 기업과 혁신기업 사이에서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법제도적으로 재조율해야 할지를 놓고 머리를 싸매게 될 것이다. 기존의 전통 숙박업과 운수업 관계자들은 우버와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혁신 비즈니스의 물결에 대응을 위해 더욱더 날선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업스타트’는 이들 메가 유니콘의 시작에서 성공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면서 때론 순수한 열정으로, 때론 젊은이답지 않은 노회한 책략으로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을 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이런 모습까지 함께 확인시켜 주면서 성공한 벤처들의 오만함을 경계하는 반면교사(反面敎師)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부분은 성공스토리 기술 내용이나 과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희석된 감도 없지 않다. 지난해까지의 얘기여서 그랬을 테지만. (*우버는 타임지 올해(2017)의 인물로 선정된 ‘미 투(나도 성추행 당했다)’ 커버스토리 표지 사진에 자사 출신 수전 파울러 엔지니어가 실리는 불명예를 감수해야만 했다. 게다가 그동안 세계 도처에서 경쟁사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해 왔다는 소식도 추가되고 있다. 에어비앤비도 전세계 숙박지에서 발생한 불미스런 성추행 사고 및 몰래카메라 사고, 그리고 고객에 대한 지나친 과금에 따른 행정당국과의 갈등 문제 등으로 기업 출발 당시의 초심에서 벗어났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인터넷기반의 기술 쓰나미에 따른 급속한 변화를 거치고 있는 각국 정부와 기업, 심지어 개인에게까지도 기술 쓰나미 속의 사회와 삶이 어떻게 급변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전해주는 교과서로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브래드스톤 지음. 이진원 옮김. 21세기북스. 2만2000원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