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김지혜 통신방송부 기자

“원케이블을 위하여!”

케이블TV 업체가 한 해를 정리하는 송년회에서 힘차게 외쳤다. '뭉쳐야 산다'는 각오로 하나 된 케이블TV를 의미하는 '원케이블'. 그러나 탄탄대로는 아니다.

당초 내년 2월까지 디지털 전환 완료를 예고했지만 일정을 미뤘다. 정부도 케이블TV도 속된 말로 김이 샜다. 애초부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때까지 디지털 전환 완료가 어렵다는 주위의 판단에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결과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IPTV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생생한 화질, 다양한 양방향 서비스 등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맞춘 홍보 효과를 눈앞에서 놓친 셈이다.

디지털 전환이 속도를 내지 못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아날로그 케이블TV를 시청하는 이들 대부분이 현재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청 환경의 변화를 원치 않는 소비자가 다수다. 무엇보다 케이블TV 공동의 위기 의식이 결여된 탓이 아닐까 한다.

디지털 전환은 원케이블의 주요 과제이자 혁신을 위한 스스로의 다짐이었다. 그러나 원케이블을 선언하며 절박함을 호소하던 지난해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약속한 시점을 준수하지 못한 일부 케이블TV는 “조금 늦어지는 게 대수냐”는 반응이다.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해외에선 아마존으로 망한 기업이 수백 개에 이르고, 넷플릭스로 인해 도산한 케이블TV가 부지기수다. 빠르게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혁신에 투자하지 않고 기존의 기득권만 고수하려 한다면 예측불허의 속도로 붕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케이블TV가 방송 권역 고수와 합산 규제 유지에 매몰돼선 안 된다. 디지털 전환뿐만 아니라 신기술, 콘텐츠 개발에 주력해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것이 생존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부디 '원케이블을 위하여'가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되지 않길 바란다.


김지혜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