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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성장한 한국 경제의 원동력은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이었다. 자본, 자원, 기술도 없었지만 온종일 노동과 잔업·야근 등 지문이 닳도록 일했다. 독일에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 목숨을 담보로 베트남전에 참가한 파병 군인, 중동의 사막에서 피땀 흘린 건설 노동자 등이 송금한 달러가 있었기에 오늘날 세계 경제 규모 10위에 오른 대한민국이 있다.

눈부신 성장은 근면·검약·성실·교육으로 가난을 극복하겠다는 의지와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충만했기에 가능했다. 지난 60년의 한국 경제는 시련과 위기를 극복하고 혁신에 혁신을 거듭해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최근 경제 성장률은 2~3%, 가계부채는 1400조원, 청년 실업률은 9.8%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에도 진입했다. 가장 큰 문제는 10년 전 수출 주력 품목을 지금도 여전히 주력 품목으로 수출한다는 것이다. 경제 성장률 감소 추세를 반전시키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새로운 산업은 나타나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다. 청년은 창업보다 대기업·공무원 취업에 몰리고, 정작 인력이 필요한 중소기업 취업은 꺼린다. 청년에게 투지, 절박감, 도전, 혁신은 옛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끄는 기업은 기술 창업으로 성공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알리바바의 마윈 같은 혁신가가 우리나라에는 왜 없는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구조는 왜 불가능한가. 제품 구상부터 생산 판매까지 일관되게 지원하는 '플랫폼'이 없기 때문이다.

경직된 대기업에는 더 이상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 혁신 스타트업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새로운 성장이 어렵다. 혁신 성장 국가의 실현을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의 조화로운 성장을 바탕으로 하는 한국 경제 성장의 기본 프레임을 구축해야 한다.

성공한 글로벌 대기업은 스타트업과의 연대를 추진한다. 인공지능(AI) 등 혁신 창의 기술에는 대기업 단독으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미래가 유망한 것으로 판단되는 신기술 분야, 요소 기술, 서비스 개발 스타트업을 찾고 있다.

일본 리쿠르트 홀딩스는 4만5000명이 넘는 전 사원이 스타트업과 협업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아이디어 응모 사원과 스타트업을 매칭, 혼성팀을 결성한다. 신규 사업을 추진해서 실증 시험을 거친 후 최종 심사에 합격하면 실제 사업화로 이어진다.

스타트업 연대로 성공하려면 협업 상대를 잘 이해해야 한다. 스타트업이 대기업에 바라는 것은 첫 번째 대등한 입장에서 상호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다. 두 번째 스타트업의 부족한 부정 측면만 보지 말라는 것과 세 번째 성공할 수 있다고 믿어 달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호 역할을 분리 수행하고, 눈앞 이익만 추구하지 말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업은 상호 기술이 필요했다. 최근에는 신시장 생태계를 함께 구축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산업 구조 변화로 중소·벤처기업에 기회가 있다. 우수한 젊은 인력이 창업하는 제2의 벤처 붐을 조성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이 회사 규모나 업종을 초월해서 협력해야 한다. 질이 서로 다른 것들이 연결돼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콜라보레이션(협업)으로 글로벌 신시장을 뚫어야 한다.

제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산업별로 리더 기업을 선정,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공존과 협업이 필요하다. 센서 개발 및 표준화 모듈 플랫폼을 통해 미래를 대비하고, 소프트웨어(SW)에 투자해야 한다.

우리는 IT 강국이라는 좋은 인프라를 갖췄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혁신 창업 국가로 가려면 대기업은 신기술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과 신사업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청년은 신선한 아이디어를 비즈니스로 발전시켜서 스타트업을 만드는 실리콘밸리의 성공 모델을 배우자. 산·학·연·정은 스타트업에 필요한 맞춤형 제도를 지원하자. 과거의 틀을 벗어나야 지금의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다.

박정일 일자리위원회 중소벤처분과위 민간위원(한양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igerdream@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