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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플레이어 킬)를 하면 오프라인에서도 상대를 죽이고 싶을 때가 있나요?”

지난 2003년 국내 공중파 방송에서 당시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로 이름을 날리던 임요환에게 한 질문이다. 그로부터 15년이 다 돼 가는 지금 프로게이머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없다. 게임은 콘텐츠 산업, e스포츠는 정식 종목으로 각각 인정받고 있다.

이제는 '인터넷 개인방송'이 그 굴레를 대신 짊어졌다. 인터넷 개인방송은 젊은 세대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정부와 국회의 시각은 차갑기만 하다. 해가 갈수록 규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올해 국감에선 크리에이터가 받은 후원금을 회수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우리 사회에서 젊은 세대로부터 인기를 얻는 새 콘텐츠는 비슷한 문제 제기에 시달렸다. 1990년대 만화가 그랬고 2000년대 게임이 그랬다. 음란, 폭력 문제는 어느 부문에나 있는 문제다. 과몰입 부작용도 마찬가지다. 그 사이에 옆 나라 일본은 만화왕국으로 성장했다. 일본의 막대한 만화 산업 규모와 지식재산권(IP)을 부러워하지만 정부 규제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플랫폼 규제에만 매달려 가정과 학교 교육의 중요성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우리 교과 과정에서 인터넷 개인방송의 창작·시청 윤리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지 의문이다. 플랫폼도 크리에이터 일탈 행위에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근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콘텐츠 생산·소비 주체는 플랫폼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쁜 콘텐츠는 없다. 인기를 위해 콘텐츠를 악용하는 사람과 나쁘다는 선입견으로 바라보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임요환이 올해 카카오TV 크리에이터로 데뷔했다는 점은 상징성을 띤다. 개인방송 크리에이터도 프로게이머처럼 직업군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언젠가는 인터넷 개인방송을 바라보는 색안경도 옅어질 것이다. 규제 논리에 휘말려 새 콘텐츠 산업이 성장할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