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가 중국 내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기존 파트너인 LG화학이 아닌 중국 배터리 업체 완샹 제품을 채택할 것이라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 글로벌판에 따르면 완샹그룹은 지난 5일 자회사 완샹123이 SAIC-GM(GM과 상하이자동차와 중국에 세운 합작 회사)의 전기차 프로젝트의 배터리 공급 업체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총 규모 500만달러(약 55억원) 이상 장기 사업으로 완샹은 2020년까지 자사 배터리가 SAIC-GM 내 85% 이상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발표 직후 GM차이나는 중국 배터리 업체를 파트너로 선택할지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완샹은 별다른 설명 없이 자사 홈페이지에서 해당 발표문을 삭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 언론은 GM이 여전히 LG화학을 대체할 중국 배터리 업체를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LG화학은 GM의 전기차 라인업 인은 볼트(Bolt) EV와 볼트(Volt) PHEV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파트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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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쉐보레 볼트(Bolt) 대용량 배터리. 볼트는 60kwh급 LG화학 배터리를 장착했다.

차이신은 GM이 LG화학 대신 중국 배터리 업체를 선택하려는 배경에 중국 정부가 지급하는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LG화학과 삼성SDI 등 한국 업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량은 지난해 말부터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보조금 지급 명분이 되는 전기차 배터리 모범 규준 인증도 받지 못했다. 현재 57개 중국 기업만이 인증을 통과했으며 완샹123 역시 인증을 받았다. 실제로 그동안 SAIC-GM이 만드는 2개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보조금 목록에 포함되지 못했다고 차이신은 전했다.

완샹123은 완샹그룹이 미국 최대 배터리 제조사였던 A123을 인수해 만든 업체다. A123은 GM 전기차 초기 볼트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 회사로 2012년 파산해 완샹그룹에 인수됐다. GM은 지난 2014년 스파크EV 배터리 공급 업체를 A123에서 LG화학으로 교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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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모터스(GM)와 상하이자동차와 중국에 세운 합작 회사 상하이GM(SAIC-GM) 로고

삼성SDI의 최대 고객사인 BMW 역시 중국 자동차 제조사인 창청자동차와 중국 장쑤성에 전기차 합작법인 설립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창청자동차는 현재 대규모 리튬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한국 배터리 인력을 집중적으로 영입하는 등 배터리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LG화학은 중국 자동차 판매량 1위인 디이자동차를 포함해 상하이자동차, 창청자동차, 난징진룽, 장안자동차, 체리자동차, 둥펑자동차에 공급해 왔다. 삼성SDI도 위퉁, 포톤, 장화이자동차(JAC) 등을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 배터리 탑재 차량이 보조금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반면에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는 큰 기회가 됐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상반기 글로벌 10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 중 절반이 중국 기업이었다.


업계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보조금 차별을 통해 자국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고 있고 주요 완성차 업체는 보조금을 받기 위해 현지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에 중국산 배터리를 쓸 수밖에 없다”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가 2020년 보조금 정책 폐기 시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향후 몇 년간 중국 기업의 기술력이 크게 성장할 경우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