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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외면한 국회…내년 360개 기초연구 공중분해

발행일2017.12.06 14:30

정부와 국회가 기초과학을 등졌다. 내년도 예산을 당초 계획보다 800억원 삭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 '연구자 주도의 기초연구' 예산을 두 배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첫해부터 공염불이 됐다. 국회 예산 삭감에 따라 내년에만 기초연구 과제 360여개가 날아갈 판이다.

Photo Image<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6일 관가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처리하며 개인 기초연구 예산 삭감안을 승인했다.

내년도 개인 기초연구 지원 사업비는 1조4200억원으로 확정됐다. 애초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의 개인 기초연구 지원 사업비는 1조4600억원이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지난달에 400억원을 삭감, 1조4200억원으로 만들었다. 논의 과정에서 몇 차례 원상 복구 시도가 있었지만 증액은 이뤄지지 않았다. 기초연구 예산 확대에 관심 자체가 낮았다.

당초 정부의 1차 계획과 비교하면 800억원 줄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연구 확대 기조에 따라 내년도 사업비를 1조5000억원으로 책정했다. 기획재정부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400억원이 삭감돼 1조4600억원 예산안이 마련됐다. 여기서 국회가 400억원을 더 삭감한 것이다.

현 정부의 예산 정책 기조, 과학계 요구와는 정반대 결정이 잇따르면서 논란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운동 과정에서 순수 기초 분야 연구 지원 예산을 임기 내 두 배 증액하겠다고 공약했다. 신정부 출범 후 국정 과제인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 예산 두 배 확대'로 구체화했다.

지난해 현장 과학자가 주도한 청원 운동의 영향이 컸다. 우리나라 연구개발(R&D) 투자, 기초연구비가 매년 증가했지만 연구자가 창의력을 발휘해서 주제를 제안하는 '자유공모형' 과제 비중은 줄었다. 이런 추세가 기초연구 위축, R&D 성과 정체 원인으로 지목됐다.

과학자 1000여명이 문제 해결을 촉구한 청원이 국회 상임위에서 채택됐다. 과기정통부도 자유공모 과제 비중 확대, 기초연구 예산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두 배 확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당장 내년부터 증액을 시도했다.

국회에서 삭감된 개인 기초연구 지원 사업비가 여기에 해당한다. 사업은 신진·중견·리더급 연구자로부터 연구 주제를 제안 받은 후 채택 시 연구비를 지원한다.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핵심 사업이다.

예산이 삭감되면 과기정통부는 지원하는 연구 과제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연구를 지원해야 한다. 개인 기초 연구는 신진, 중견, 리더로 나뉜다. 이 가운데 중견·리더급 연구자 지원이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과제당 평균 비용을 감안할 때 400억원은 360여개 과제를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이다. 국회 결정에 따라 수백 개의 기초연구 과제가 사장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예산 변화에 따라 내년에 지원하는 과제 물량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각 분야에서 얼마나 과제를 줄여야 할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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