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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초고속인터넷이 비싼 이유

발행일2017.12.0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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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 발밑에 보이는 맨홀 뚜껑 가운데 통신사 이름이 새겨진 게 많다. 이게 바로 땅속을 관통하는 '관로'다. 뚜껑을 열어 보면 관로를 타고 광케이블이 전국을 거미줄처럼 연결한다. 이 덕분에 우리는 저렴한 가격에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이것 없이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업에 필수인 설비라는 의미에서 '필수 설비'라고 일컫는다. 필수 설비에는 관로 외에 전봇대(전주)나 광케이블이 있다.

필수 설비가 중요한 이유는 초고속인터넷의 가격 경쟁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경쟁을 제한, 소비자가 비싼 가격에 초고속인터넷을 쓰게 된다는 의미다.

필수 설비가 없으면 초고속인터넷 사업이 불가능하다. 건물 코앞까지 광케이블이 설치되더라도 필수 설비가 없으면 건물에 진입하지 못한다. 그러면 건물에 먼저 진입한 회사는 독점 지위를 누린다. 높은 진입 장벽 뒤에서 독점의 달콤한 열매를 따먹는다. 필수 설비를 많이 갖춘 기업이 절대 유리하다.

우리나라에서 필수 설비를 가장 많이 갖춘 통신사는 KT다. 관로 72.5%, 전주 93.8%가 KT 소유다. 경쟁사와 비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과거 정부 소유 통신 설비를 그대로 이어 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다. 이 설비를 후발 사업자와 공유하지 않는다면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독점 체계를 무너뜨릴 길은 없다.

정부는 후발 사업자가 요청하면 필수 설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운용한다. 그러나 모든 제도가 그렇듯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예외 규정이 너무 많다. 먹이사슬 최상층을 차지한 사업자가 느긋하게 기다리다가 올라오는 경쟁자의 사다리를 걷어차기 쉬운 구조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필수 설비 의무 제공 제도를 수차례 개선했다. 그럼에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필수 설비라는 진입 장벽 탓에 경쟁이 제한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저렴한 가격에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소비자가 필수 설비에 가로막혀서 비싼 돈을 내는 현실을 방치해선 안 된다. 종전처럼 필수 설비를 통신사 관점에서 바라볼 게 아니라 소비자 관점의 새로운 시각으로 봐야 한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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