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글로벌 기업이 한국 시장에 발을 들인 지 50년 되는 해다. 맨 처음 IBM이 한국에 들어온 1967년과 지금을 비교하는 것은 상전벽해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50년 동안 글로벌 기업의 면면도 많이 바뀌었다.

선발대 격인 IBM, 휴렛팩커드(HP) 등 컴퓨터·전산 분야 기업이 많았다. 이들 기업은 기술 원조처럼 한국을 도왔다. 이들은 한국이 19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르는 대전환기까지 함께 보내며 한국과 성장 과실을 나눴다. 이후 1990년대는 한국이 급속 발전한 통신 분야 글로벌 기업이 많았다. 시스코, 모토로라 등이 이 시기의 주요 플레이어였다.

이후 인터넷 산업이 한국에 활짝 꽃피면서 글로벌 인터넷·플랫폼 기업의 진출이 두드러졌다. 2010년을 전후한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의 주도권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시대별로 이들의 역할과 기능 및 한국에서의 성과 나누기 방식이 바뀌고, 최근에 와서는 한국 정부와 국민으로 하여금 '이들이 과연 한국에 독인가 약인가'를 고민하게 만들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와 국회는 한국 기업에 지독히 엄하다. 수십년 축적된 규제가 여전히 신산업 창출을 틀어막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반대로 글로벌 기업에는 한없이 약하다. 글로벌 기업은 같은 분야의 한국 기업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영역에 자유롭게 뛰어들어 수익을 내고, 사업 보호를 받기까지 한다.

50년 역사라면 이제 한 번쯤 과거를 짚어보고 새 길을 열 때다. 이제 글로벌 기업이 우리 산업과 시장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들이 과연 한국 시장과 소비자로부터 받은 이득의 합당한 부분을 우리 산업과 시장을 위해 되쓰고 있는가를 고민하고 바로잡을 때다. 엄밀히 말하면 이는 국민 주권을 행사하는 국가가 당연히 취해야 할 자세이자 권리다.

정당한 사업과 투자는 철저히 보호하고 앙양하되 부당한 방법과 편법에는 철퇴를 가하는 것이 국익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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