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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전매장에 전시된 LG전자 세탁기.

미국이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포함한 외국산 세탁기 가운데 연간 120만대를 넘어가는 수입 제품에 50%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자는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냈다. 이 권고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트럼프 대통령은 60일 이내에 최종 세이프가드 발효 여부와 세율을 확정한다. 국내 가전업계가 미국 공장을 가동하기 이전까지 상당한 수출 타격을 받게 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21일(현지시간) 세탁기 세이프가드 권고안 표결을 통해 연간 120만대를 초과하는 수입 물량에 대해 5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권고안은 저율관세할당(TRQ)을 120만대로 설정하고 이를 넘어선 물량에는 50%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핵심이다. 권고안 대상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모든 수입 세탁기다. 연간 250만대 이상을 미국에 수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50만대가 넘는 물량 수출에 문제가 발생한다.

TRQ 물량에 대해서도 2명의 위원은 20%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2명은 관세를 부과하지 말자고 주장, 의견이 엇갈렸다.

조치가 확정되면 앞으로 3년 동안 세탁기 미국 수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제품 가격이 관세 기준이 되는 만큼 120만대를 초과하는 제품은 가격이 50% 이상 급등하게 된다. 결국 120만대를 넘어서는 순간부터 경쟁력은 크게 하락한다.

ITC는 첫해 TRQ 초과 물량에 50% 관세를 부과하고 2년째 45%, 3년째 40%로 세율을 각각 정했다.

미국은 세탁기 부품 수입 제한도 권고했다. 세이프가드 시행 첫해에는 TRQ 물량을 5만개로 하고 관세율은 50%로 했다. 2년째는 TRQ 7만개에 관세율 45%, 3년째는 TRQ 9만개에 관세율 40%를 각각 설정했다.

미국 ITC는 다음 달 4일까지 권고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60일 이내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와 수위를 최종 결정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삼성전자는 “관세 부과는 (미국) 소비자와 소매업자, 일자리에 강력한 충격을 가져올 것”이라면서 “내년 초부터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이 세탁기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기 때문에 어떠한 구제 조치도 필요하지 않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LG전자도 “세이프가드 발효로 인한 최종 피해는 미국 유통과 소비자가 보게 될 것이기 때문에 ITC 권고안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권고안이 한국 기업의 미국 내 기반을 약화시키고 현재 건설되고 있는 현지 공장의 정상 가동,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등에 악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산업계는 즉각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권고안을 분석한 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을 추진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자체로도 피해 최소화 방안을 찾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한국산 세탁기는 세이프가드 권고안에서 제외됐다. LG전자는 국내에서 세탁기를 생산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국내 생산 물량 확대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테네시주에 건설하고 있는 미국 가전 공장을 조속히 가동하는 방안도 타진한다.


LG전자 관계자는 “미국 공장 가동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당초 가동 목표가 2019년 초였지만 내년 말로 앞당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ITC 세탁기 세이프가드 권고안 (자료:미국 ITC)>

미국 ITC 세탁기 세이프가드 권고안 (자료:미국 ITC)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