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에도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수입차 업계가 '렌터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신차와 중고차 판매부터 사후관리(AS), 할부·리스 금융사업에 렌터카 시장 진출을 가시화하면서 사업 영역을 무한 확장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BMW는 지난 14일 금융 계열사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를 통해 렌터카 시장에 진출했다. 앞서 푸조·시트로엥 수입사 한불모터스가 제주 지역에 단기렌터카 사업을 추진해왔지만 장기렌터카 상품을 내놓은 것은 BMW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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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필드 고양에 자리한 BMW·MINI 전시장 전경.

업계 1위 메르세데스-벤츠와 판매 재개를 준비 중인 아우디폭스바겐도 렌터카 시장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다. 양사는 최근 파이낸셜서비스 계열사를 통해 렌터카 수요와 수익성 분석 등 자체 시장 조사에 들어갔다.

그동안 수입차 전시장에서 신차를 구매할 경우 고객은 현금 구매나 할부·리스 금융상품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 장기렌터카를 이용하려면 별도로 렌터카 업체와 계약해야 했다. 하지만 수입차 업체가 렌터카 상품을 선보이면서 고객은 전시장에서 차량을 선택하고 구매 방식만 선택하는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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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스마트 렌트 상품.

BMW가 선보인 장기렌터카 상품인 스마트 렌트는 기존 대기업 렌터카 업체 상품과 동일하게 월 대여료는 물론 계약 기간(3~5년)을 고객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계약 기간 이후에는 고객 의사에 따라 차량 반납이나 인수도 가능하다.

BMW그룹코리아 관계자는 “스마트 렌트는 수입차 보험료가 부담스러운 고객이나 효율적 차량 관리 방법을 찾는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수입차 업계가 렌터카 사업을 추진하려는 이유는 장기렌터카 시장이 지닌 안정적인 수익성과 높은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장기렌터카는 단기렌터카보다 계약 기간이 3~5년으로 길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서울시자동차대여조합에 따르면 국내 렌터카 등록 대수는 2012년 32만5334대에서 지난해 말 63만8050대로 두 배 가까이 늘었으나 수입차 비중은 아직 5%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자동차 소비 성향이 '소유'에서 '이용'으로 전환되면서 수입 렌터카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업계는 주요 수입차 업체가 파이낸셜서비스 계열사를 통해 장기렌터카 상품을 내놓을 경우 렌터카 시장 내 수입차 비중을 빠르게 끌어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차 업체가 직접 렌터카 상품을 판매하면 기존 판매망을 통한 유통구조 간소화로 월 대여료 등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자체 정비망을 통해 사후관리도 쉬워진다. 주요 수입차 업체들은 자체 인증 중고차 판매망까지 갖춰 장기렌터카 반납 시 중고차 처분이 유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가 대중화되면서 기존 리스상품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렌터카에 대한 고객 선호도가 크게 늘고 있다”면서 “장기렌터카 사업이 수입차 업체들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