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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요카이치 팹2 전경 (사진=도시바)

도시바 이사회가 6000억엔(약 5조9000억원) 증자를 결정함에 따라 상장폐지 위험은 피할 것 같다고 NHK방송 등이 20일 보도했다.

재무개선책 주축인 반도체메모리 매각이 각국 독점금지 관련법 절차가 늦어지거나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분쟁이 길어져도 2년 연속 채무초과를 피하는 안전판이 마련된다.

조달한 자금은 파산한 미국 원자력발전 자회사에 영향을 주는 채무상환 등에 충당한다. 채무초과 해소를 실현할 수 있고 도시바 재무 재건을 위해 큰 진전이라고 일본 언론은 평가했다.

증자 실탄은 해외 60여개 투자가로부터 마련한다. 옛 무라카미펀드 출신이 설립한 에피시모 캐피털 매니지먼트나 미국 킹 스트리트 캐피털 매니지먼트 등에 할당한다.

주당 발행가격은 262엔80전으로 17일 종가를 10% 밑돈다. 증자후 에피시모(현 최대주주) 주식보유 비율은 11%대(현재 9% 후반)로 상승해 최대주주를 유지한다. 불입 예정일은 12월 5일이다.

도시바는 2018년 3월 말 자기자본이 7500억엔 정도 마이너스로 예상되지만 증자하면 내년 3월 말까지 메모리 사업 매각을 완료하지 못해도 최소한 수백억엔 플러스가 된다.

증자 효과는 다양하다. 채무초과를 해소하면 세금부담이 줄어 순이익을 늘리는 효과가 최소 2400억엔가량 예상돼 증자 효과는 수치 이상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도시바는 전 미국 원자력 자회사 웨스팅하우스(WH) 파산에 따라 원전비용 보증채무(약 6600억엔)를 떠안았다. 증자자금으로 일괄 상환하면 세법상 손실금으로 인정되는 혜택을 받는다.

이번 증자는 최근 도시바 시가총액 50% 정도 해당한다. 기존 주식가치 하락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도시바 주식은 20일 장 초반 한때 4.8% 하락했다. 하지만 기존 주주는 상장폐지 불안을 불식하고 재무 안정으로 연결되는 혜택도 본다.

매각이 종료돼 1조엔대 초반의 메모리 매각 이익이 더해지면 자기자본은 1조1000억엔 정도 더해진다고 예상된다. 자기자본비율이 20%를 넘어 재무불안을 단숨에 해소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도시바가 사회기반시설이나 정보기술(IT) 관련 사업 등을 축으로 한 재생계획을 추진하기 쉬워진다.

도시바는 도시바반도체 매각 이후 성장전략이 문제다. 3월말 전후 매각이 완료되면 주수익원이 없기 때문이다. 인프라나 에너지, 사물인터넷(IoT) 관련 남은 사업이 2017 회계연도 상반기 결산에서 일제히 수익이 줄었다. 도시바메모리를 매각하면 2018 회계연도 매출은 4조엔 정도로 적다.

그동안 반도체 분야가 90% 이상 차지했는데 매각 후 영업이익이 수백억엔 규모로 크게 줄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큰 수익원 확보가 어려워 투자가들이 매력을 느끼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해외 주주들로부터 도시바메모리 매각 뒤 성장전략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내년 봄 발표할 신경영계획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도시바 증자가 “일시적인 미봉책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WD와의 분쟁도 우려스럽다. 도시바는 이달 내 WD와 화해를 추진하지만 여전히 견해차가 크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