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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4일 출시되는 애플 아이폰X(텐)의 핵심 기능은 얼굴을 인식하는 '페이스ID'다. 애플은 보안이 강화됐다며 지문 인식을 빼고 얼굴 인식을 넣었다. 그러나 이 기술로는 국내 모바일 뱅킹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보안성이 검증되지 않은 탓에 은행들이 결제나 송금 등 금융 핵심 서비스에 얼굴 인증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본지 11월 17일자 1면 참조

페이스ID를 이용한 모바일 뱅킹이 제한된 배경에는 애플의 미적지근한 대응이 자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들과 사전 협의나 시험·기술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채 제품만 출시되다 보니 보안성을 확인할 방법이 없는 은행은 결국 페이스ID를 일단 차단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지게 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애플은 페이스ID를 금융 거래에 연동하기 위해 국내 은행들과 사전 협의를 단 한 차례로 갖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기술 보안 검증 등과 관련해 금융 당국과의 조율도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시제품을 구하지 못하고 기술 내용도 확인할 길이 없어 페이스ID 보안 검증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애플의 폐쇄성 운영 방침을 또다시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안전하면서도 원활한 모바일 뱅킹을 위해 스마트폰 제조사와 자주 협력한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지문 인식 기술이나 홍채 인식 기술이 금융 거래와 연동될 수 있도록 보안성을 확인한다. 금융 보안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아이폰X 페이스ID는 이런 보안 확인 과정이 전혀 없었다. 아이폰X이 국내 출시 이전이어서 은행이 확인할 방법이 없는 데다 애플이 은행 쪽에 보안 테스트나 협조를 사전 의뢰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사전 의뢰가 애플의 의무는 아니지만 이 같은 조율 미비는 결국 모바일 뱅킹 제한으로 이어져 소비자 불편만 초래한다. 이번 아이폰 10주년의 상징인 아이폰X에도 독단의 폐쇄된 모습이 재연된 것이다.

이에 앞서 애플은 지난해 말 국내 핀테크 기업 10개사에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소를 당하기도 했다. 애플이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애플페이 용도로만 사용하고 관련 API를 기업에 공개하지 않아 한국 결제사업자 등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NFC를 활용한 서비스는 결제 외에도 인증,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 서울시 택시안심귀가 서비스, 경찰청 NFC 신고시스템, 신용카드사 애플리케이션(앱) 카드 및 본인 인증, NFC 간편 결제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를 애플이 막고 있어 아이폰으로 교통카드를 이용하지 못하는 등 불편이 야기됐다. 최근에서야 애플이 관련 API를 공개하는 등 갈등 봉합에 나섰지만 이 또한 한국 기업을 위한 조치라기보다 자사 애플페이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조치로 보인다.


애플페이 출시와 관련해 국내 카드사와는 갈등도 빚었다. 애플은 애플페이 한국 상용화를 위해 국내 카드사와 접촉했지만 상용화 시점 등이나 핵심 정보 등은 공개하지 않고 시장 정보만 카드사로부터 제공받았으며, 이후 관련 협의를 접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