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 연구진이 반도체 칩의 정보 처리 속도를 향상시키면서 전력 손실을 줄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초저유전체를 개발했다. 이 초저유전체는 가볍고 유연하면서도 물성과 기계 강도가 뛰어나고, 전기·열성이 안정돼 있다. 수소자동차, 우주선, 항공기 등 마이크로 전자기기의 절연 및 단열체로 활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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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중 GIST 교수

GIST(총장 문승현)는 김봉중 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이 줄리아 그리어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1.1 이하의 낮은 유전 상수 값을 갖는 초저유전 슈퍼 절연체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저유전체는 반도체 소자 집적회로(IC) 콘덴서를 충방전시키는 데 소요되는 시간 때문에 발생하는 저항 전기용량 지연을 완화시키고, 전력 소비와 배선 간 신호의 혼선을 줄인다. 안테나와 고주파(RF) 모듈에서는 표면파를 막고 주파수 범위를 확대시키는 역할도 한다. 그동안에는 낮은 유전 상수 외에 기계 강도와 전기 신뢰성, 열 안정성 등을 충족시키지 못해 반도체 공정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김 교수팀은 저유전체 유전 상수를 낮추기 위해 다공성 구조를 도입했다. 유전율을 공기 수준으로 낮추면서 필요한 물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교한 3D 레이저 식각과 원자층 증착 기술을 이용, 세라믹 나노튜브가 단위 셀 형태로 규칙 배열된 3D 나노격자 절연체를 개발했다.

3D 나노격자 절연체는 전체 부피 약 99%가 공기로 이뤄져 1.06~1.10 초저유전율을 기록했다. 재료 변형이 없는 탄성 변형 구간 강도와 50% 이상의 압축 변형 후에도 완전히 구조가 복원되는 우수한 연성을 나타냈다. 열 안정성이 뛰어나고 주파수, 전압, 온도의 유전 손실도 매우 낮았다.


김 교수는 “개발된 저유전체는 그동안 학계나 유수한 반도체 및 화학회사뿐만 아니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하고 있는 것보다 100배 이상 우수하다”면서 “초저유전 물질의 강도와 전기·열 특성을 대폭 개선시켰다”고 설명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