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끝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시아 순방이 미국의 세력 약화, 중국의 입지 강화만 확인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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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아시아 정치 전문가 리처드 자바드 헤이다리안은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 “트럼프 대통령 순방 기간, 미국이 아시아에서 수십 년 간 유지한 헤게모니의 급격한 쇠퇴가 명백히 드러났다”고 썼다.

북한 핵과 무역에서의 실질적 성과는 부족했고, 미국의 고립과 중국의 부상만 부각시켰다는 게 요지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때문에 동맹과 적 모두 동요했다. 국제질서를 공격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해체를 압박하는 등 동맹조차 불편하게 만들어 고립을 자초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도 성과가 부족했다. 북한과 남중국해 문제에서 양보를 얻지 못했다. 그간 줄기차게 주장한 무역불균형 문제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전임 대통령을 비난했다.

헤이다리안은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동맹국은 미국을 지나쳐 '포스트 아메리카' 체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반면에 중국은 목적 의식을 갖고 아시아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였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시진핑 주석은 미국 중심의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일본 중심의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맞서 베이징과 상하이에 본부를 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신개발은행(NDB)을 만들었다.

헤이리디안은 “비현실적으로 왜곡된 상황에서, 그럴 듯 하지 않아 보였던 공산주의 정권(중국)이 세계화와 다자외교의 수호자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 때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역임한 수전 라이스도 트럼프 대통령 순방을 비판한 글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순방에서 중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꼬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대선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빗댄 것이다.


특히 중국의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을 가지고 놀았다고 비판했다. 북핵을 거부한다는 중국의 기계적 언사에만 반색하고, 새로운 양보나 타협은 끌어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