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선 상징 장면 하나가 연출됐다. 언론사 카메라에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이 마지막 발언을 하는 모습과 그 뒤에 앉은 존 리 구글코리아 지사장이 물끄러미 이 전 의장을 바라보는 모습이 동시에 잡혔다. 이 전 의장이 비장한 어조로 한국 인터넷 산업계의 역차별 문제를 제기하는 동안 리 지사장이 안쓰럽다는 건지 관심이 없다는 건지 모를 야릇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장면이다. 이날 공정위를 감사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 전 의장에 대해선 꼬치꼬치 캐묻고 몰아세우기도 했지만 배석한 리 지사장이나 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대표, 다니엘 디시코 애플코리아 대표에겐 한마디도 걸지 않았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 국회도 '역차별' 주역이었다.

이날 이후 구글은 이 전 의장의 발언을 정면 반박하면서 “구글은 국내에서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국내 세법과 조세 조약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네이버는 영업비밀인 망 사용료를 먼저 공개하며 구글 측에 매출액과 망 사용료, 납부세액 등을 요구했지만 지금까지 구글은 묵묵부답이다.

구글이 침묵하는 동안 한 모바일 트래픽 분석 업체가 구글플레이 내 540위까지 게임 매출을 분석한 결과 올해 구글이 챙겨 갈 게임 거래 수수료만 5000억원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왔다. 여기에 규모가 훨씬 큰 유튜브의 광고 매출까지 더해지면 구글이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1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란 결론에 이른다.

모든 기업이 창업 뒤 꿈에 그리는 '1조 클럽'을 구글은 한국에서 별다른 투자 없이 게임 앱마켓과 동영상 플랫폼 위에서 달성했다. 세금은 내는 것으로 국회가 확인했지만 가장 낮은 세율 적용을 받는 사업 형태만 한국에서 영위하는 것으로 꾸며서 냈다고 한다. '1조 클럽'에 부합하는 세금을 내지 않는 것 자체를 기술로 여기는 듯하다. 리 지사장이 국회에서 지은 표정이 '한국'과 '한국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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