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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중국식 사회주의' 시대를 실현하고자 하는 중국이 전통의 자유 자본주의와는 다른 산업 정책을 지향한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중국은 중후장대형 산업에서 첨단 기술, 나아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산업으로 외형 및 내실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당분간 이 추세를 위협할 만한 요소는 없어 보인다. 부동산 거품, 국영기업 구조 조정 등 몇 가지 불확실한 요소가 있지만 중국 산업은 세계 시장에 계속 도전할 것이다. 한국은 상호 보완 관계이면서도 이미 다방면에 걸쳐 경쟁 단계에 접어든 만큼 중국 산업 정책의 실상을 바라보는 냉철한 인식과 미래 지향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중국은 과연 자유무역과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옹호자인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일대일로 실크로드 구상, 해외 투자 확대 등 중국 밖으로 나가는 경제 활동에 비해 중국 안으로 들어가는 무역과 투자는 자유스럽지 못하다. 때로는 정치·외교를 이유로 경제 제도와 계약이 일방 제한되기도 한다. 그에 따른 비용은 한국 등 외국 기업이 고스란히 떠안고, 중국 기업은 경쟁력 향상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중국은 막대한 정부 보조금과 기업 간 상호 보조를 산업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산업 고도화 전략인 '중국 제조 2025'는 항공우주, 신소재, 반도체, 디스플레이, AI 등 첨단 산업을 망라한다. 산업별로 보조금과 국산화 목표 등이 자세히 적시돼 있다. 특히 중앙정부 공기업 98개 집단은 이미 공산당이 경영 판단에 개입한다는 사실을 정관에 명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추계에 따르면 중국 본토의 상장 기업 436개사가 이미 당의 경영 개입을 위한 정관 변경을 마쳤다. 자전거 공유 업체인 오포 등 신생 혁신 기업조차 당 개입의 근거를 구체화했다. 당을 중심으로 모든 기업의 경영이 연계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중국 기업은 비즈니스의 수직 및 수평 통합으로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한다. 제주도와 일본 등 해외 관광 분야를 예로 들면 중국 기업이 항공, 호텔, 현지 교통 및 가이드 서비스를 모두 제공한다. 또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 등 신흥 기업은 전자상거래부터 모바일 결제, AI 서비스까지 정부 규제 없는 복합 비즈니스를 구상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순차 발전이 아닌 한 번으로 세계 톱 수준에 도약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전기자동차가 대표 사례다. 환경 규제와 구매 보조금을 지렛대로 큰 시장을 만든다. 독일·일본 기업의 투자 유치로 생산 기반을 확대하고, 기술 역량을 증대시킨다. 또 핵심인 배터리 국산화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한국산 배터리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심지어 비야디(BYD)는 전기 상용차의 적자 수출(한국과 일본 시장)도 마다하지 않는다.

모바일·IT서비스(MI) 분야에서는 모바일 페이, 영상 인식, e커머스, 자동차용 리튬전지, 자전거 공유에서 세계 1등 수준에 이르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는 '차이나 리터러시' 등 정보기술(IT) 기업의 상장이 줄을 잇고 있다. 벤처기업 육성에도 40조원을 투입하고 해외 기술과 자원 획득에도 200조원을 투자하는 등 첨단 기술 획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첨단 기술 산업 영역에서 이미 세계 수준의 기반을 구축했고, 지식 영역에서도 미국과의 국제 공동 연구 제1 파트너가 됐다.

중국발 산업 정책의 도전은 한국 경제가 과거 프레임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과제를 던져 준다. AI 등 4차 산업혁명 대응은 물론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의 투자 방식과 정부 규제 및 지원, 시장 창출 등에 대한 신(新)산업 정책 논의가 시급하다. 세계 우위에 있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산업의 경쟁력은 어떻게 지속시킬 것인가. 또 신흥 기업과 벤처 역할은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 AI, 로봇, IT 농수산, 우주 등 신산업 분야에서 인재 확보와 혁신은 어떻게 도모할 것인가. 정부와 민간의 명확한 비전과 새로운 정책 프레임을 기대한다.

김경수 전북대 석좌교수 kksskim@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