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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단말기 완전자급제, 만병통치약 아니다

발행일2017.11.13 17:00

만병통치약의 사전 의미는 온갖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가상의 약 또는 처방법이다. 그리스 신화 치료의 여신 파나케이아(panacea)의 이름을 딴 파나세아는 중세 서양 연금술의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였다. 만병통치약은 정의처럼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지만 그것을 좇는 과정은 근대 화학과 물리학을 발전시키는 촉매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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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단말기 완전자급제 논의가 만병통치약을 향한 꿈과 같이 진행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이통사가 단말기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법제화,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시장을 분리시키는 게 골자다.

우리나라 통신 과소비 문화와 소비자 부담은 이통사의 단말기와 서비스 판매 독점에서 기인했다. 가계통신비 핵심 구성 요소인 서비스 요금과 단말기 가격이 동시에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통신 서비스와 단말을 분리해서 경쟁시키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게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장밋빛 전망이다.

이 같은 모순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더 많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 고가의 단말기 가격을 과연 유통 구조 문제로 돌릴 수 있을까.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이유가 빠른 접속이나 오락성이 아닌 '사회 지위'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애플이 정부의 통신비 인하 논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폰X(텐)을 최대 163만원에 내놓는 건 '사회 지위'를 정조준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 외에도 제조사가 프리미엄 단말기 가격을 쉽게 내릴 것 같지도 않다.

서비스 요금도 마찬가지다. 이통사가 경쟁을 통해 요금을 인하할 것이라고 확신하긴 어려워 보인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이통 시장의 모순을 일거에 해소하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음이 자명하다. 추진하더라도 당장 법제화부터 하겠다고 서둘러선 안 된다. 우선은 우리나라 이통 시장 구조의 모순이 무엇인지부터 연구해야 한다. 이통 시장 발전을 위한 논의의 촉매제로 활용해도 충분하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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