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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국가융합망 논란 확산···보안성, 경제성, 미래 적합성 등

발행일2017.11.13 17:00
Photo Image<현 국가 통신망 구성도>
Photo Image<현 국가 통신망 구성도>
Photo Image<국가융합망 개념도>

국가융합망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보안성 논란에 이어 경제성, 미래 서비스 적합성까지 우려가 한둘이 아니다. 예산 절감 효과가 당초 정부가 밝힌 것보다 약한 것으로 나타나 사업 자체에 회의를 품는 시각도 있다.

국가융합망은 부처별 개별통신망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이다.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기된 우려를 해소하고 사업에 착수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목적은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성 제고'

국가융합망은 51개 국가기관이 운영하는 개별 통신망의 통합이 목적이다. 현재는 동일 구간에서 부처 개별 통신망이 중복 운영되고, 이용 대비 대역폭 용량 과다가 문제로 지적된다.

기관별 보안 수준이 서로 다르다는 점, 국가정보통신망(K-Net) 용량이 부족하다는 점도 사업 추진 배경이다.

지난해 11월 행정자치부 국가융합망 구축 실무추진단(이하 추진단)이 공지한 정보전략계획(ISP) 제안요청서(RFP)에 국가융합망 목적이 명시됐다. 국가융합망은 회선 비용을 최소화하고 기관 수요에 탄력 대응이 가능한 용량과 미래 서비스 수용 기반 확보를 목적으로 한다. 사이버공격 등 외부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국가행정망 실현도 목적 가운데 하나다.

정부는 지난해 5월 당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재정전략협의회를 개최, '국가융합망 구축 및 효율화 방안'을 의결했다. 이후 추진단 발족, ISP RFP 공지, ISP 착수보고회 등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러나 올 봄부터 논란이 시작됐다.

◇보안성에서 논란 시작

ISP가 한창이던 4월 추진단은 국가융합망 기술 방식 검토를 위한 심층기술검토회의를 열었다. 통신 속도를 높여 주는 기술 '멀티 프로토콜 라벨 스위칭'(MPLS)의 두 가지 방식인 MPLS-TP와 IP/MPLS를 둘러싼 토론이 벌어졌다.

MPLS-TP는 MPLS를 전송망 영역, IP/MPLS는 IP 영역에서 각각 구현한다. MPLS-TP 기술을 쓰면 가상사설망(VPN)은 L2 VPN, IP/MPLS는 L3 VPN을 각각 쓰게 된다. 각각 장점이 뚜렷하지만 결론은 MPLS-TP 기반 L2 VPN이 적합한 것으로 수렴됐다. IP/MPLS L3 VPN은 보안성 등 여러 면에서 문제점이 지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6월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조사(1차 예타)를 신청할 때 추진단이 IP/MPLS L3 VPN 방식 중심으로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추진단은 IP/MPLS L3 VPN을 교환망에 쓰고 일부 전송망에만 MPLS-TP 전용망을 쓰는 복합망 방식을 설계했다.

통신업계와 학계, 전문가는 IP/MPLS L3 VPN 적용 시 국가융합망에 수용된 1개 기관이라도 해킹되면 수용 기관 전체가 해킹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태생이 보안에 취약한 IP 기반 방식 도입으로 말미암아 우리나라 주요 정보가 통째 외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망 분리 물리 개념인 MPLS-TP 기반의 L2 VPN으로 전용회선 수준 보안 등급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준균 KAIST 교수는 “국가융합망을 IP/MPLS L3 VPN 기술로 구현 시 보안 사고는 100% 발생한다”면서 “그 피해 규모와 심각 정도는 상상 불가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추진단은 IP/MPLS 기반의 L3 VPN을 쓰더라도 현 보안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보안 관제센터를 설립하기 때문에 오히려 보안이 강화된다고 강변하고 있다.

◇예산 절감 효과 논란

기재부는 올해 8월 예타 신청을 반려했다. 수용 기관과 국가융합망 협의가 미진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기술적합성 검토 결과 보안성 등에서 보완 의견이 권고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진단은 10월에도 IP/MPLS 기반의 L3 VPN을 중심으로 2차 예타 조사를 신청했다. 이번에는 예산 절감 효과가 새로운 논란으로 떠올랐다.

국가융합망 사업이 의결될 당시 정부는 망 통합으로 10년 동안 비용 5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ISP 설치 결과 장비 내용연수(6년)에 따른 교체를 고려하면 10년 동안 절감액이 약 2770억원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 큰 문제는 1차 예타 이후 통합 대상 기관이 51개에서 47개로 줄어들면서 통합 회선 수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점이다. 추진단은 51개 기관 가운데 회선이 가장 많은 우정사업본부와 선거관리위원회 등 4개 기관을 제외했다. 별도의 망이 필요한 법정 기관이기 때문이다.

1만1700개이던 대상 회선은 4889개로 줄었다. 업계 전문가는 통합 회선이 줄어들면서 예산 절감 효과도 2700억원에서 다시 1000억원으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10년 동안 예산 절감 효과가 최초 정부가 밝힌 5000억원의 20%에 그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추진단 관계자는 “국가통합망은 지역별 거점인 노드를 통합하는 것이지 하위 회선을 일일이 건드리는 게 아니기 때문에 회선 수가 줄어든다고 비용 절감 효과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통신업계와 전문가는 회선을 통합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Photo Image<국가융합망 전체 구성도>

◇미래 서비스 수용 가능한가

추진단은 IP/MPLS L3 VPN 방식이 비용 절감 외에도 모바일 환경 등 미래 서비스와 확장성 등의 강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4차 산업혁명과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환경에 대비하려면 IP 기반의 통신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IP 간 충돌이 적고 화상회의나 인터넷 전화 등 공동으로 다룰 수 있는 업무가 많은 등 장점이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제인터넷표준화기구(IETF)와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는 'IP/MPLS L3 VPN 방식은 미래 서비스 전달 인프라 통신망 기술로는 부적합하다'고 권고한 바 있다.

네트워크 전문가는 “올(All) IP 기반으로 미래 서비스 수용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2012년 이후 공공기관은 이미 모두 올 IP 방식으로 전환이 된 상태”라며 “미래 서비스에서는 정보 전달 속도와 패킷 손실 등이 매우 중요한데 IP/MPLS L3 VPN은 이에 적합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IP/MPLS L3 VPN에 제기되는 또 다른 이슈는 종속성이다. 국가융합망은 우리나라 정부 통합 통신망이다. IP/MPLS L3 VPN 방식을 도입하면 특정 외산 장비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는 보안성 논란과도 일맥상통한다.

◇과기정통부 선택은

과기정통부는 심의위원회를 꾸려 기재부가 요청한 국가융합망 기술 적합성을 검토 중이다. 추진단은 수용 기관 축소 등 1차 예타 신청서에서 일부 변화를 줬지만 핵심 기술 방식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는 의견을 정리해 이달 말 기재부로 전달한다. 기재부는 연말 예타 추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당초 계획한 2017~2019년 사업은 추진되기 어려워졌다.

산업계와 학계 전문가는 일각에서 사업 전면 재검토가 거론될 정도로 논란이 크기 때문에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IP/MPLS 기반의 L3 VPN과 MPLS-TP 기반의 L2 VPN을 두고 전문가 집단을 구성, 논의를 거치고 공청회 등을 통해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얘기다.

두 기술 간 장비 도입 비율 조정을 비롯해 논란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최근 추진단이 중소기업중앙회 등을 통해 여러 분야의 의견을 취합, 사업 내용을 보강할 계획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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