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량의 혈액이나 체액을 떨어뜨리면 각종 질병을 곧바로 진단할 수 있는 반도체 기반 체외 진단 솔루션이 내년에 시판된다.

옵토레인은 내년 상보형금속산화반도체(CMOS) 바이오센서 기반의 의료용 체외 진단기기를 개발, 양산 준비에 들어간다고 12일 밝혔다. 현재까지 연구개발(R&D)에 140억원을 투자했으며, 양산 라인 구축에 약 200억원을 추가 투입한다. 이를 위해 지난 8월 벤처캐피털 등으로부터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도 완료했다.

이 제품은 유전자를 검출·분석하고 그 정보를 의료 진단에 활용하는 실시간 유전자증폭(PCR) 검사 기기다. 반도체와 바이오 기술을 융합, 칩 위에 질병 진단에 필요한 여러 분석 장비를 얹는 랩온어칩 기술이 활용됐다.

기존의 임신테스터 같은 형태의 신속진단키트(RDT)는 감염 이후 시간이 지난 뒤 항체가 많이 생긴 상태에서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는 등 민감도가 다소 떨어졌다. 일회용으로 쓰면서 데이터는 의미 있게 활용할 수도 없었다. 지금까지 PCR 정밀 분석을 하려면 수동 검사를 위한 인력과 값비싼 대형 장비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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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토레인이 개발 중인 반도체 기반 체외진단 기기 (사진=옵토레인)

민감도가 높은 바이오센서는 초기에도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검사 과정을 자동화, 비용을 줄이고 복잡한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혈액이나 침 등 체액을 카트리지에 떨어뜨려서 기기에 투입하면 유전자를 내부에서 증폭시켜 항원 항체 반응을 통해 검체 안에 있는 질병 유전자를 검사한 뒤 결과를 보여 준다.

DNA를 비롯해 DNA가 전사된 상태인 RNA, 이를 통해 형성된 단백질까지 진단할 수 있다. 감염성 질환과 대사증후군 진단은 물론 유전병이나 암 발병을 예측하는 등 다양한 검사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다.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를 의료기관과 연계, 예후 추적도 가능하다.

옵토레인은 1나노리터 정도의 시료로 유전자를 증폭시켜서 데이터를 측정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9개 유전자 진단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구현, 한 번 검사로 여러 질병에 대한 다중 진단이 가능하다. 이를 수백~수만개 단위로 늘린 초정밀 디지털 PCR도 개발하고 있다.

카트리지는 일종의 일회용 센서 칩이다. 센서 자체가 진단기기 역할을 하고, 시료가 묻는 순간 유전자 증폭이 이뤄지기 때문에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리더 하나로 카트리지만 바꾸면 다양한 질병 진단이 가능하고,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도영 옵토레인 대표는 “헬스케어는 특정 질병 검사와 달리 많은 질병 대응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간단한 구조와 저렴한 가격이 중요하다”면서 “궁극으로는 가정에서도 유전자 검사가 가능하게끔 유통 구조를 개선해 2만~3만원이면 진단할 수 있고, 혈액이 아닌 침이나 생리혈을 이용한 비침습 검사도 가능하도록 문턱을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02년 이미지센서 전문 팹리스 실리콘화일을 설립한 국내 이미지센서 1세대다. 2014년 SK하이닉스에 매각된 이후 옵토레인 대표로 취임했다. 실리콘화일 시절부터 바이오 분야에 관심을 두고 투자했다. 2014년 6월 SK하이닉스로부터 바이오 사업 부문 장비와 지식재산권(IP) 전체를 인수, 사업을 본격 진행하고 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