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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핫이슈]김치, 왜 맛있나

발행일2017.11.11 17:10

찬 바람이 불고 아랫목에 불을 지필 때쯤이면 으레 배추 소비가 는다. 김장철이다. 상품김치 소비가 일반화되면서 김장 수요가 줄었다지만 직접 김치를 담그는 가정이 여전히 많다.

Photo Image<ⓒ게티이미지뱅크>

우리 민족이 초겨울을 즈음해 김치를 담가온 데는 나름의 과학적 근거가 있다. 입동 전후에 담근 김치가 가장 맛이 좋다는 게 정설이다. 실제 4℃보다 조금 낮은 기온에서 배추 맛이 좋다. 이보다 기온이 낮으면 배추가 얼어 맛을 잃는다.

굳이 추운 겨울을 앞두고 김치를 담그는 것은 계절적 수요 때문이다. 입동이 지나면 땅이 얼어 채소를 구하기 어렵다. 본격적인 겨울이 오기 전 한꺼번에 채소를 절여 오래 보관하고자 한 게 김장의 지혜다.

계절을 이겨 채소를 먹고자 한 목적에서 출발한 김치는 이제 세계가 인정하는 건강식품으로 우뚝 섰다. 채소를 절인 음식은 여러 문화권에서 보편화돼 있다. 중국의 파오차이는 배추나 무에 고추, 생강, 피망, 마늘을 첨가한 후 절여 만든다. 서구권 국가도 오이 피클, 양배추 절임을 즐겨 먹는다.

김치는 제조법 자체가 다르다. 인공 첨가물 없이 젖산 발효시키기 때문에, 유산균이 훨씬 풍부하다. 김치에는 1g 당 8억 마리가 넘는 유산균이 들어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일본식 기무치에 들어 있는 유산균의 167배에 이른다. 이는 일본식 기무치가 천연 발효가 아닌 첨가물로 신맛을 내기 때문이다.

자연 발효, 2차 담금이라는 독특한 제조법이 풍부한 영양의 근원이다. 발효 과정에서 수많은 미생물과 효소가 자란다. 젖산균은 새콤한 맛을 내 김치 특성을 살리고 채소의 풋내를 잡는다. 발효 과정에서 유해균을 억제하고 장 내 항균 작용을 돕는다. 주재료인 배추는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류코노스톡'이라는 유산균은 김치 특유의 맛을 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유산균은 김치 맛은 물론 영양도 좌우하는데, 김치 속에는 3속 15종의 유산균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류코노스톡은 갓 담근 김치에서 소량이다. 1㎖ 당 1만 개체에 불과하다.

류코노스톡은 숙성 과정에서 불어난다. 1㎖ 당 6000만 개체까지 불어난다. 이때 비로소 잘 익은 김치 맛이 난다. 류코노스톡의 개체 수는 김치 보관 상태, 온도에 따라 변한다. 보통 1000만 개체 안팎을 유지하면서 김치 특유의 상큼한 맛을 낸다.

김치 맛을 보존하는 방법 역시 유산균 관리와 직결된다. 전통 방식에서는 옹기를 땅에 묻어 서늘하게 보관한다. 우리나라 겨울의 땅 속 기온은 영하 1℃ 정도인데, 여기서 류코노스톡을 비롯한 유산균이 잘 유지된다.

요즘 사용하는 김치냉장고도 비슷한 원리다. 온도 변화를 최소화하는 게 핵심이다. 김장독 옹기처럼 문을 위에서 여닫도록 한 것은 공기 대류를 억제하는 게 목적이다. 일반 냉장고처럼 문을 설계하면 여닫을 때 공기 유입, 온도 변화가 더 심하다.

김치가 다른 음식보다 짜기 때문에 몸에 좋지 않다는 오해도 풀리고 있다. 김현주 세계김치연구소 박사팀의 연구에 따르면 발효 김치의 나트륨은 일반 나트륨보다 고혈압 위험이 훨씬 낮다. 연구팀은 민감성 쥐가 같은 염도의 배추김치, 소금이 섞인 사료를 섭취하게 했다. 배추김치를 먹인 그룹에서 혈압 상승이 12% 완화됐다. 신장 기능 장애도 52% 적었다. 김치 속 항산화물질, 식이섬유소 등 기능성 성분과 칼륨이 나트륨의 작용을 완화한 것이다.

김치의 영양과 맛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이세희 세계김치연구소 박사팀은 최근 류코노스톡 유산균의 유전자 변이 과정을 규명했다. 발효 과정 중에 유산균의 유전자가 변하면서 다양한 김치 맛을 낸다는 것이다. 발효에 관여하는 각각의 유전자를 찾아 김치 향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최초로 밝혔다.

김치 맛을 결정하는 유전자도 확인했다. 김치에는 여러 맛이 섞여 있는데 각각의 대사 산물 생산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는 게 '맛의 원리' 규명과 직결된다. 연구팀은 신맛(전산과 초산), 톡 쏘는 맛(이산화탄소), 시원한 맛(만니톨) 등 여러 맛의 근원 유전자를 밝혀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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