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자동차 충전서비스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우리나라 충전기 제작사가 전부 중소기업인 점을 감안, 신속한 고객 대응과 중소업체 수익성 안정화를 복합적으로 꾀한 조치다. 중소기업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참여 대기업은 갑작스런 사업 규제가 전기차 충전기 사업 전반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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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 구축해, 운영 중인 전기차 급속충전소.

9일 전기차업계에 따르면 최근 환경부·환경공단은 2018년 국가 충전 사업에 대기업 참여 제한을 골자로 한 전문 연구 용역에 착수했다. 다음 달 초까지 연구 용역을 완료할 예정이다. 현장 실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2013년에 전기차 민간 보급이 시작된 후 충전기 제조업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선정한 바 있다. 정부가 충전기 제조를 넘어 서비스 사업까지 대기업 참여 제한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 충전기 구축 사업은 대기업 등이 주관사로 참여하고 충전기 제작사가 협력사로 참여하는 것이 주를 이뤄 왔다. 충전기 업체와 지역 전기공사업체가 충전기 공급·구축을 맡고, 운영 소프트웨어(SW)는 1~2개 업체를 제외하고 외주를 통해 운영된다. 유지보수·관리까지 중소기업이 맡는다.

전기차가 확산되고 있지만 충전기 보조금은 한정된 국가 예산에서 운용될 수밖에 없다. 매년 보급 목표치는 늘면서 정부가 지원하는 개별 충전기 보조금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대형 시스템통합(SI)형 업무 프로세서를 간소화하면서 충전기 제작사 위주로 안정된 수익을 보조하는 쪽으로 사업을 전환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 충전기업체 한 대표는 “사업자 컨소시엄에서 대기업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뿐 실제 충전기 제작과 시스템 구축은 물론 유지 보수, 관리를 제작사가 대부분 맡는 데도 매출 20% 이상을 대기업이 가져가는 구조”라고 말했다.

반면에 대기업 진영은 반발하고 나섰다. 전기차 생태계의 안정 운영을 위해서는 책임 있는 대기업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일방향의 대기업 참여 제한보다는 사업 경험이나 연속성, 서비스 실천 능력 등 세밀한 점검을 거쳐 사업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 관계자는 “충전기 사업의 대기업 참여 제한은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을 뿐 아직까지 정책 방향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정부가 정한 국가 충전서비스 사업자는 △지엔텔(한국전기차서비스·클린일렉스) △에버온(한국알박) △포스코ICT(대영채비·중앙제어)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피앤이시스템·피앤이솔루션즈) △KT(시그넷·파워큐브) 등 5곳이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