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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라인]반도체 잘나갈 때 먼저 챙겨야 할 것

발행일2017.11.0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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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를 달성한 지금이 위기의 시작점인지도 모른다.”

권오현 회장은 일선 후퇴를 선언한 뒤 임직원에게 이같이 당부했다. 그는 과거 수많은 1위 기업이 현실에 안주하며 한순간에 무너진 것을 상기했다. 삼성 위기론은 한두 번이 아니다. 그것도 잘나갈 때 실패가 내재돼 있다는 '실패 내재론'은 수시로 반복됐다. 그것이 틀린 적은 한 번도 없다.

권 회장 위기론은 여느 때보다 절박하다. 일선 후퇴 선언 후 마음을 비운 상황에서 진심을 담은 고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은 오너십 부재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최대 실적이라지만 반도체 슈퍼 호황에 따른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 권 회장의 삼성 위기론을 정신 재무장용으로만 치부해선 안 되는 이유다. 대한민국 산업계는 지금이 '위기의 시작점'이다.

경계해야 할 곳은 반도체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와 SK하이닉스는 잔칫집 분위기다. 사상 최대 실적에 도취해 있다. 사고는 이렇게 느슨해진 곳에서 터진다. 삼풍백화점이, 성수대교가, 세월호가, IMF가, 금융위기가 그랬다.

1년 전 반도체업계는 흉흉했다. 메모리 값 하락으로 수익은 반 토막이 났다. 직업병 이슈가 부각되면서 '죽음의 산업'으로 내몰렸다. 그들 표현대로라면 '선진국이 내다버린 산업 반도체'였다. 시황은 급전환됐다. 하지만, 직업병 이슈는 여전히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표적이다. 단지 호황에 가려져 있을 뿐이다. 잘나갈 때 먼저 챙겨야 할 곳도 이런 내재된 리스크다.

삼성전자의 최근 움직임은 눈길을 끈다. 반도체 공장 근로 환경과 안전 이슈에 신경 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장 협력사에도 안전감시단 운용을 권고했다. 평택 반도체 신공장은 아예 무인 시스템으로 설계했다. 작업장 내 안전사고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속내가 읽힌다.

더 철저해야 한다. 반도체는 여러 공정에서 유해 화학물질과 가스를 사용한다. 웨이퍼를 나르는 단순 작업 오퍼레이터가 사라지더라도 근로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처리해야 할 작업이 많다. 장비를 설치하거나 보수할 땐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야 한다. 웨이퍼 공정장비 챔버 세정 작업만 놓고 봐도 그렇다. 세정 작업을 위해 챔버를 열면 유해 가스 잔량이 배출된다. 이 때문에 작업자가 방독면을 쓰고 작업을 한다. 그러나 가스 잔량을 걸러내는 원천 시스템은 아직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반도체의 슈퍼 호황에도 반도체를 전공하는 학생은 오히려 줄고 있다. 정부 연구개발(R&D) 부문 지원이 준 이유도 있지만 직업병 이슈로 부정 이미지가 덧씌워진 측면도 없지 않다. 반도체가 청정산업으로 다시 평가받지 못하면 인재 선순환 시스템도 멈춘다. 멀리 보면 한국 반도체 산업의 가장 큰 리스크가 잠복해 있는 셈이다.

생명과 직결된 안전사고는 폭발력이 크다. 지난 몇 년 동안 직업병 이슈에 발목 잡혀 에너지를 낭비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려면 이런 재앙의 불씨부터 없애야 한다. 반도체 산업이 잘나가는 지금이 리스크를 털어 낼 적기다. 정부나 정치권도 한국 경제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의 약점을 트집 잡고 비판만 하지 말자. 애정을 갖고 리스크 해소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잘나갈 때 최악의 실패에 대비하자. 그래야 '영원한 반도체 강국'으로 순항할 수 있다.

장지영 미래산업부 데스크 jyaj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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