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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재직자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이 스타트업 이직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선 48.3%가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년 대비 25% 상승한 기록이다. 이 같은 수치는 모바일 설문조사업체 오픈서베이와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지난달 창업자 116명, 대기업 재직자 500명, 취업 준비생 200명, 스타트업 재직자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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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대상 진로 설계 교육.(사진=야놀자 제공)

우리 사회의 스타트업 인식이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자료다. 스타트업은 우리 사회에 혁신의 씨앗을 뿌려 왔다. 일자리 창출은 기본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시민 불편을 덜고 있다. 낡은 제도가 바뀌도록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도 한다. 대기업에는 성장을 자극하는 파트너이자 경쟁자다.

◇배달·부동산·연애 앱, 안전 사각지대 없앤다

음식 배달 라이더는 보험 혜택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종합보험의 경우 출퇴근용으로 오토바이를 쓸 때보다 보험료가 100만원 넘게 비싸다. 300만원대에 이른다. 막상 종합보험에 든다고 해도 문제다. 사고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실손보험 가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산재보험조차 가입률이 저조하다. 근로자와 기업이 보험료를 반반씩 내는 구조지만 근로자 스스로 가입을 거절하는 비율이 50%를 넘는다. 퀵 라이더는 70%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음식 배달 라이더 숫자는 100만여명으로 추정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음식·숙박업종의 이륜차 라이더 규모는 2013년 69만3313명에서 2014년 84만7955명, 2015년 97만9473명, 2016년 109만5653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그런데도 마땅한 해결책은 없다. 정부와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방법을 찾진 못했다.

스타트업이 팔을 걷어붙였다. 근본 해법이 될 순 없지만 라이더 종합보험 활성화에 나서는 등 보험 사각지대 해소에 앞장서고 있다.

배달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이 주축이다. 바로고, 배민라이더스, 메쉬코리아가 선봉에 섰다. 라이더 대신 보험료를 지급, 사회 안전망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보험사를 설득해 회사용 라이더 종합보험 상품도 만들어 냈다. 자동차보험 수준 혜택을 준다.

부동산 앱도 해묵은 숙제를 풀고 있다. 허위 매물과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업계 1위 직방은 2014년부터 허위 매물로 피해를 본 고객 대상의 '헛걸음 보상제'를 시행했다. 앱에 올린 매물 정보가 실제와 달라 피해를 본 고객에게 일정 현금과 선물을 지급한다. 직접 발품을 팔기도 한다. 지난해 12월부터 매월 지역별로 돌아가며 허위 매물을 조사하고 있다.

다른 앱들도 비슷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다방은 허위 매물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호갱노노는 데이터 기반의 기계학습 기술까지 활용, 허위 매물을 잡겠다고 벼르고 있다.

부동산 앱은 소비자 편익도 향상시켰다. 집을 고르기 위해 발이 부르트도록 원하는 지역을 돌던 수고를 덜어 줬다. 앱만 켜면 실거래 정보, 집 주변 환경, 인근 시세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가상현실(VR) 플랫폼으로 실제처럼 방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것도 가능하다.

사회 문제를 풀겠다고 나선 스타트업도 있다. 소셜데이팅 앱이 대표 사례다. 그동안 채팅 앱은 성매매 통로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익명성에 숨어 악성 댓글을 뿜어내는 경우도 허다했다. 데이팅 앱은 기존 채팅을 몰아내고 있다. 국내 비게임 분야 앱 매출 상위 10위권에 소셜데이팅 앱 3개가 이름을 올렸다. 아만다, 정오의 데이트, 이음이 주인공이다.

고객 실명제를 도입, 채팅 앱의 부작용을 개선하면서 시장을 키우고 있다. 아만다 관계자는 “결혼은 물론 이성과의 만남 자체를 꺼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면서 “데이팅 앱을 통해 남녀 간 건강한 만남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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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배민라이더스 제공.

◇도움 받던 스타트업 이젠 후원자로

야놀자는 사회 문제로 떠오른 실업난 해소에 기여한다. 재취업 희망 중·장년층에게 일자리를 찾아준다. 2년 안에 숙박 분야 일자리 1만개를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숙박 전문 인력 양성 교육을 한다. 회사 내부에 평생교육원까지 차렸다. 수료생 300여명을 배출했다.

최근 강사진을 대폭 확대했다. 기존 10명에서 30명으로 세 배 늘렸다. 강화된 조직력을 바탕으로 교육 수준을 올릴 계획이다. 고급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산·학 협력 인턴십과 창업 교육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도 '배민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최대 8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이다. 월 1회 이상 무료 교육을 한다. 대상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다. 세부 내용은 △고객서비스 △홍보·마케팅 △세무·회계·노무 △식품 소비 트렌드 분석 △대박집 성공 비결 △불만 고객도 내 편 만드는 리뷰 관리법 △소셜미디어 활용 방법 등이다.

우아한형제들은 노인 고독사 예방 사업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에도 일정액을 꾸준히 건네고 있다. 최근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개인 재산 1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배달업계 맞수 요기요도 지난 6일 사회 공헌 연합체 '행복 얼라이언스'에 참가했다. 이 단체는 국내 최초의 사회 공헌 네트워크 플랫폼이다. 결식 아동을 위한 '행복 도시락' 사업을 포함해 다양한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인테리어 중개 온·오프라인연계(O2O) 집닥은 업계의 사후관리(AS) 관행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시공 후 1년으로 굳어진 AS 기간을 3년으로 확대했다. 늘어난 2~3년차 AS 비용은 집닥이 부담한다. 서비스 품질 자신감을 바탕으로 내린 결정이지만 소비자 불안을 덜어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후발 인테리어 중개 O2O 업체들도 AS 3년 정책을 대부분 뒤쫓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군소 스타트업들도 힘을 보탠다. 재능을 기부, 상생 문화 만들기에 동참하고 있다. 에어블랙을 비롯해 쇼나겔러리, 페이크아이즈, 메리킹 등 11개 스타트업은 최근 서울 마포구청이 주최한 자원봉사 박람회에 공동 부스를 꾸렸다. 드론과 가상현실(VR)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신기술을 일반에 공개, 미래 산업 저변을 넓혔다.


문헌규 에어블랙 대표는 “스타트업 열정과 미래 기술을 대중에게 알리는 활동을 적극 펼치겠다”면서 “사회 공헌 활동 규모를 계속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