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 국민과의 원자력 관련 소통 업무를 접고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홍보 기관으로의 전환을 모색한다. 현 정부의 묵인된 지시를 따른 것이든 '탈원전'을 정책 기조로 삼은 현 정권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든 어느 쪽도 개운치 않다.

원자력문화재단은 1992년 원자력의 평화 이용에 대한 국민 이행 증진을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국민에게 원자력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정보를 올바로 전달해 원자력 이용에 대한 국민 공감을 끌어내고, 원자력 문화를 증진시켜 사회 공익에 이바지한다'는 게 홈페이지에 소개된 재단 설립 목적이다.

새로운 계획대로라면 원자력의 장점을 소개하고,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역할을 하던 기관이 하루아침에 탈원전 근거를 제시하는 곳으로 바뀐다. 원전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정반대 역할을 해야 한다.

이에 앞서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작업에서 국민의 숙의 과정을 '감동'이었다고 평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실제로 숙의를 거쳐 5·6호기 공사 재개로 의견이 모아지는 모습은 신선했다. 공론화 초기 반대에 치우쳐 있던 젊은 층이 후반부로 갈수록 찬성 쪽으로 돌아선 것도 인상 깊었다.

숙의에는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고, 협의하는 과정이 수반된다. 이를 위해서는 '사실'이라는 요건을 갖췄다면 어느 쪽의 정보든 자유롭게 오가는 환경이 필요하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소통'도, 신고리 공론화로 시도된 '숙의 민주주의'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탈원전을 언급했다. 그때마다 국민의 뜻임을 강조했다. 국민 뜻을 살리려면 국민에게 균형감 있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먼저다. 정부가 귀와 입을 닫으면서 국민의 뜻을 받드는 게 가능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