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한국을 찾는다. 199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이후 25년 만의 국빈 방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로부터 2박3일 동안 지극정성으로 대접을 받았다. 일본의 접대는 '국빈' 수준을 넘었을 것임을 짐작케 한다. 웬만한 환대로는 트럼프 대통령을 감동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1박2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당선 1주년을 맞는다. 괜찮은 추억을 선사할 수 있는 기회일 듯하다.

미국 현지의 트럼프 대통령 인기는 형편없다. 임기 1년 여론조사에서 부정 여론이 22%포인트(P)나 많았다. 일본이 극진히 환대한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 세이프가드, 자유무역협정(FTA),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문제에 일본 입장을 반영할 필요성 때문이다.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다. 미국을 위시한 일본·영국·호주 등의 압력으로 북한이 핵무기 개발과 실험을 멈춘다 해도, 중국의 압력과 회유로 북한이 개방 경제 체제에 나선다고 해도 '대한민국의 역할'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어떤 경우의 수를 따지더라도 한국은 통일 지분을 요구하기 어렵다. 오히려 미국과 일본, 중국의 지분 요구에 오히려 가진 것을 내놔야 할 처지다. 한·미·일 군사 동맹을 강화하면 중국이 돌아서고, 등거리 외교로 중국 입장을 반영하면 미국과 일본이 돌아선다.

문재인 대통령은 하루종일 업무를 멈추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를 준비했다. 고심이 클 수밖에 없다. 중국에 '3무 합의'를 한 직후여서 미국 내 여론도 좋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려면 미국에도 그에 상응하는 '조건'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한·미 FTA와 관련해 놀랄만한 양보안 제시나 한국 기업의 미국 추가 투자 약속 같은 것을 내놔야 하지만 한국 경제 형편상 그럴 수도 없다.

8일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균형 외교가 시동을 건다. '샌드위치' 신세일 때는 원칙과 자존심을 지키기가 어렵다. 일본은 원칙 대신 실리와 논리를 얻었다. 어떤 전략이 나올지 궁금하다. '국빈' 명분을 주고 실리를 얻는 경제 대통령의 등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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