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터리 산업이 사면초가다.

배터리 원천기술 강국인 일본은 주춤했던 투자를 다시 늘리고 있다. 잠시 양산 주도권은 한국에 내준 듯 했지만, 여전히 분리막·양극활물질 등 핵심 소재 관련해선 범접할 수 없을 만큼 월등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뒤늦은 것 같지만 일본의 투자 확대는 무서운 일이다.

중국은 또 다른 차원의 거대한 벽이다. 자체 기술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높은 비관세장벽이 더 강력하다. 정부 차원 강력한 보호막이 보이지는 않지만,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 한중 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냉랭했던 관계를 풀기로 한 이후에도 한국산 배터리 장착 전기차에는 보조금 금지를 풀지 않고 있다. 노골적이면서 치밀할 정도로 자국 배터리산업을 키우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 업체에서 인력을 조용히 빼내가고 있다.

이처럼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협공 당하는 것도 극복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더 큰 난관은 내부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더 이상 정부가 차세대 배터리 등 기술지원에 관심이 없다. 관련 대기업이 알아서 하라는 정도로 무관심이다. 심지어 중국 관련 문제도 능력대로 풀어보라는 식이다.

배터리는 4차 산업혁명 핵심 에너지다. 협소하게만 따져도 전기차는 물론 지능형자동차, 드론, 로봇 등 4차 산업혁명에 움직일 모든 것의 동력이 배터리다. 이 분야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4차 산업혁명 경쟁력은 빈껍데기에 불과할 수 있다. 그만큼 배터리부문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4차 산업혁명 성공 열쇠인 셈이다.

일본 어깨너머로 배워온 기술로 지금 우리나라는 글로벌 소형 이차전지 1위에 올라설 수 있었다. 그 기술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스마트폰 1위 생산국도 가능했다.

늦은 것일수도 있지만, 배터리를 다시금 국가전략 산업으로 규정하고 관련 기술과 차세대 기술 상용화에 국가와 기업 공히 노력을 쏟을 필요가 있다. 지금 잃어버린 경쟁력은 4차 산업혁명시대 도저히 회복하거나 따라잡을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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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충전기를 이용해 충전 중인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