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그랜저 3.0, 3.3 가솔린 일부 모델에서만 발생한다고 해명한 '기어 5단 고정' 결함이 쏘렌토, 맥스크루즈 등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현대·기아차 전 모델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기아차는 미션제어장치(TCU) 업그레이드를 통해 문제 개선이 가능하다고 판단, 무상수리를 진행 중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그랜저IG 2.2 디젤 모델은 주행 중 기어가 갑자기 5단에 고정되는 결함이 수시로 발생한다. 당초 현대차는 이와 같은 문제가 그랜저 3.0, 3.3 가솔린 일부 모델에서만 발생한다고 해명했지만, 2.2 디젤 모델에서도 발생한 것이다.
해당 문제는 차량이 주행 중 속도와 상관없이 기어가 5단에 고정되는 것이다. 고정된 기어는 수동모드로 변속해도 바뀌지 않는다. 이로 인해 엔진에서 강력한 충격이 발생하고, 엔진경고등이 들어온다. 고속에서는 기어가 5단으로 낮아진 탓에 RPM이 상승하고, 속도가 급격히 감소한다. 정지했다가 다시 출발해도 기어가 바뀌지 않아 정상적인 주행을 할 수 없다. 시동을 껐다가 다시 걸면 기어가 정상적으로 변속되지만, 문제는 다시 발생한다.
'5단 기어 고정' 결함 현상은 지난 4월 처음 알려졌다. 그랜저IG 3.0, 3.3 가솔린 모델에서 5단 기어 고정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현대·기아차는 미션 오일이 충분히 예열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행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차량자가진단장치(OBD)' 기능이 있는 블랙박스 때문에 전자제어장치에 이상이 생겨서 미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8단 자동변속기 문제는 2.2 디젤 모델에서도 발생했다. 그랜저IG 뿐만 아니라 쏘렌토, 맥스크루즈, 모하비 등에서 동일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현대·기아차 측은 TCU 이상으로 5단 기어 고정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미션에 문제가 발생하면 기어를 5단에 고정해 가까운 정비소까지 운행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화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당시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미션 오일 온도나 OBD 블랙박스 등 미션 문제 원인은 다양하게 발생할 수 있지만 TCU 업그레이드를 통해 5단 기어 고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전륜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모든 차량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기 때문에 해당 전 차종 대표 동호회를 통해 무상수리를 알렸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기어 5단 고정 문제에 대해 리콜 조치할 계획은 없다. 리콜은 고객에게 문제와 해결방안을 고지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대신 서비스센터를 방문하는 고객에게만 무상수리를 제공한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