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회 시정 연설을 했다. 2018년도 예산안 설명과 원만한 처리 당부가 목적이었다. 지난 6월 시정 연설을 한 데 이어 임기 시작 6개월 만의 두 번째 시정 연설이다. 공교롭게도 첫 번째 시정 연설도 추가경정예산(추경) 설득을 위한 것이었으니 두 번 다 예산과 관련된 연설이 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파워포인트(PPT)를 띄워 예산 편성의 합당성과 재정 용처를 설명했다. PPT에는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 '사람 중심 경제' '국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 같은 국정 방향을 담은 화두가 실렸다.

국정 제1과제로 내세운 일자리를 위한 예산이 가장 많이 강조됐다. 국정 철학에 맞춰 복지와 분배 문제 해결에도 역점을 뒀다. 안보 예산 또한 중요성을 빼놓지 않았다.

마침 이날은 10월 우리나라 수출이 역대 최장 연휴에도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 갔다는 기분 좋은 소식이 전해진 날이었다. 이에 앞서 3분기 경제성장률이 1.4%를 기록하며 연간 성장률 목표 3%선을 웃돌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내년에 429조원을 쓰겠다고 편성한 정부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 주는 요인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제외한 산업은 전체로 볼 때 맥을 못 추고 있다. 오히려 뒷걸음질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출 호조에 힘입은 수치상 성장세 지속과 그것에 연유한 경제성장률만으로 '우리가 얼마나 미래에 대비하고 있는가'라고 자문한다면 답은 결코 낙관할 수 없다.

재정 수지가 안정세일 때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외 다른 성장 기회를 만드는데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은 외국에 밀렸더라도 그것을 응용한 산업 분야 발굴과 융합 기술 등은 우리가 앞서갈 수 있는 분야다. 그런 곳에 돈이 돌도록 하는 것이 '혁신 성장'을 위한 제대로 된 재정 운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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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 방송 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