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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통의 전화. 살충제로 인한 생태계 파괴를 지적하며 전 세계에 환경 문제 반향을 불러일으킨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은 새의 죽음을 알린 친구의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된다.

여러 통의 편지. 수많은 서신과 우편물이 국회의원실로 쏟아진다. 구구절절 사연을 담았다. 여러 사연 가운데 최근 부쩍 많아진 내용이 환경 문제다. 편지를 보낸 이들이 겪어 왔고, 겪고 있고, 겪을 환경 관련 우려가 담겼다. 창문을 열면 들이닥치는 악취, 쉬지 않고 검은 연기를 뿜어내는 공장, 주거 환경을 위협하는 방치된 폐건물 관련 불만과 성토가 대다수다.

고충과 사안의 경중은 제각각이지만 요구는 간명하다. 오염 물질 배출 업체를 제대로 점검해달라는 것이다.

환경 지도·단속 등 환경 감시 업무는 환경부의 핵심 업무다. 환경 감시를 통한 합당한 규제야말로 국민의 환경권 보장과 높은 수준의 환경 보호 목표 달성을 위한 필수 불가결 요소다.

우리나라의 환경 감시 업무는 2002년 이후 지방자치단체로 위임됐다. 지자체가 대기·수질 등 다양한 사업장을 점검하고, 위반 사항을 적발·처분한다. 드물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사업장을 폐쇄한다. 환경부도 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자체의 환경 지도와 단속, 감시 행위를 지원하고 조정한다. 1차로는 지자체가 감시하고, 사안의 경중과 시급성을 따져 환경부가 개입하는 구조다.

애석하게도 국내 환경 감시 업무는 국민들의 요구,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환경 오염 행위·범죄를 따라잡지 못한다. 지자체에 환경 감시 업무를 위임한 이래 우리나라 환경 감시 역량과 실적은 뒷걸음치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환경부의 단속 적발률은 28.3%에서 34.2%로 상승했지만 지자체는 6.3%에서 7.8%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10곳을 점검하면 환경부는 3곳 이상의 위반 사항을 밝혀내고, 지자체는 단 한 곳도 적발하지 못하는 셈이다. 적발 사안에 대해서도 경고, 개선 명령과 같은 경미한 처분이 늘고 있다. 반면에 사용 중지, 폐쇄 명령 등 강력한 처분 비중은 줄었다.

정리하면 단속 횟수와 적발 사례는 줄었고 솜방망이 처분만 이뤄진다는 것이다.

사업주의 환경 의식과 준법 의식이 제고돼 나타난 결과가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이는 동일한 수준의 감시력이 지속 집행될 때 가능하다. 업무가 지자체로 위임되면서 생긴 결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지자체의 환경 감시 업무에는 한계가 있다. 지자체장은 태생상으로 지역 개발에 관심이 크다. 사업주이자 잠재된 유권자의 불만 및 성토만 유발하는 환경 감시 업무에는 다소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영세한 환경 감시 예산, 부족한 환경 감시 인력과 전문성으로 지자체의 환경 감시 기능은 사실상 형해화(形骸化)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수도권에 비해 지방의 자치단체 환경 감시 업무 역량은 현저히 떨어지는 등 오히려 환경 감시 사각지대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자체에 위임한 환경 감시 업무를 다시 환경부로 환원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환경 감시 역사에서도 때로는 중앙 정부, 때로는 지자체가 그 임무를 이행했다.

환경 감시 업무 과학화, 민〃관 거버넌스 강화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분야다. 고도화된 환경 오염 행위를 신속하게 엄단하는 환경 감시 역량이 구축될 때 환경 지도나 사업주의 환경 의식 개선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 국민 환경권을 보장하고 좀 더 쾌적한 정주 여건을 제공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조화로운 경제 개발, 지속 가능한 성장과 함께 높은 수준의 환경 보호 목표 또한 달성할 수 있다.

카슨의 '침묵의 봄'은 새가 울지 않는 봄이다. DDT로 인한 새의 죽음을 은유로 표현했다. 책 출간 이후 농약 제조 업체와 화학업계의 매서운 공격을 받았다. '농약보다 더 독한 여자'라는 모독을 참아 냈다. 지금 DDT는 생산·유통·판매·사용이 금지됐고, 봄이면 새가 운다.

환경 감시 업무 또한 마찬가지다. 사업주의 불만, 성토, 다툼이 이어질 것이다. 엄정한 환경 감시 업무 끝에서야 비로소 봄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새들은 건강하게 우짖는다.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youngvote81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