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시장의 다변화 분위기는 신기술투자금융회사(신기사)로 번지고 있다. 신기사는 정부의 지속된 벤처투자 활성화와 공동 위탁운용사(GP) 허용 등 진입 장벽 완화로 창업투자회사(창투사)보다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6월 말 신기사 등록 회사 수는 지난해 말 대비 12개사 증가한 82개를 기록했다. 전업 신기사 수만 31개사에서 38개사로 증가했다. 신기사 업무를 겸업하는 여신전문금융회사, 금융투자회사는 각각 2개와 3개 늘었다.

신기사 등록과 함께 전체 운용 자산 규모는 빠르게 증대하고 있다. 6월 기준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신기술금융조합 운용 자산 규모는 4조9760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3.2% 증가한 1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창투조합 증가율(15%)의 2배가 넘는다.

한 신기사 관계자는 “반드시 모태펀드 자금을 받아야만 결성할 수 있는 한국벤처투자조합(KVF)이나 창투조합에 비해 신기술조합 결성이 손쉽다”면서 “특정 주목적 투자 대상에 일정 비율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는 조건도 없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벤처투자업계에서는 최근 결성된 신기술조합 대부분이 투자 대상 기업을 미리 정한 후 자금을 조성하는 프로젝트 펀드 형태로 결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한국성장금융이 운용하고 있는 성장사다리펀드, 반도체성장펀드 가운데 인수합병(M&A) 펀드에는 투자 대상을 정해 놓고 출자 사업에 나서는 신기사가 대거 선정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성장금융 관계자는 “어느 정도 성장 단계에 들어간 기업에는 블라인드 펀드보다 프로젝트 방식이 투자 성과와 회수 과정에서도 용이한 측면이 있다”면서 “창투조합, 신기술조합, 사모펀드(PEF)에 구분을 두지는 않지만 시장에서 경험이 많은 신기사가 강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벤처투자업계에서는 신기술조합의 가파른 증가세는 기존의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PEF)에 비해 출자 규제가 덜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법상 금융 전업 그룹 소속 금융회사는 PEF 출자 시 30% 초과 출자가 불가능하다. 일반 지주회사에는 PEF 출자가 금지돼 있다.

미래에셋대우 등이 PEF가 아닌 미래에셋캐피탈 등을 신기사를 통해 벤처펀드에 출자를 확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출범한 창업벤처 전문 PEF보다 신기사에 증권사나 캐피털 업체가 몰리는 이유도 출자 제한 요건 때문”이라면서 “신기사는 투자 금액이나 대상 등에 PEF 대비 제한이 있지만 출자 규제가 없어 투자 대상 선정에 용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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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