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환경시설 투자가 학력은 물론 학생 건강과 안전에도 영향을 끼치는데도 매년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지적이다. 투자 방향도 양방향 토론이나 정보화교육 등 교육 과정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3일 '교육환경시설 투자의 중요성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교육환경시설 투자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우리나라 초·중등학교 교육비 지출은 42조7000억원에서 56조6000억원으로 32.6% 증가했다. 반면, 교육인프라투자지출은 2009년 2조4000억원에서 2010년 1조4000억원으로 감소한 후 2015년까지 비슷한 수준이 지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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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KDI

KDI는 그동안 정부가 교육환경시설 투자 관련 정책 중요도를 다른 교육 정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한 것이 원인이라고 풀이했다. 늘어나는 복지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시설투자가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도 이유라고 분석했다.

교육시설 투자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데다 성과 파악이 쉽지 않다. 이때문에 급식처럼 즉각 지원이 가능하고 혜택을 받는 대상이 분명한 사업 중심으로 예산이 편성됐다는 것이다.

교육환경시설에 투자하면 보통학력 이상 학생비율이 증가하는 등 성과가 크다는 것이 실증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학생 1인당 평균 교육환경시설 투자금액이 1만5000원 정도로 낮은 학교에 투자금액을 두 배 늘리면, 국어·영어·수학 과목의 보통학력 이상 학생비율이 각각 1.5~2.0%P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5년 이상 된 학교건물이 3개 중 1개로 노후시설 비중이 높아 학생 안전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심각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3개 학교 중 2개 학교가 석면을 사용했고, 4개 학교 중 3개 학교에서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았다. 우레탄 트랙 설치 학교 3곳 중 2곳에서는 기준치 이상의 중금속이 검출됐다.

교육 과정 변화에 맞는 시설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 1대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7.4명, 중학교 7.7명 수준이다. 중학교에서 보유하고 있는 컴퓨터 중 학생이 이용가능한 컴퓨터 비율은 44% 정도로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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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KDI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스마트정보화 교육을 추진한다. 우리나라도 이와 관련된 교육환경시설 투자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한성민 KDI 연구위원은 “안전·건강 측면에서 지원이 시급한 학교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특별교부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향후 교육환경시설 투자는 교육변화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보경 산업정책부(세종)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