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인터내셔널은 지난 2012년 4월, 옥스포드 대학 출판부(이하 ‘OUP’)와 ELT(English Language Teaching) 교재를 국내에서 유통, 판매하는 내용의 비독점 판매계약(일부 교재 독점타이틀 배정받는 조건)을 체결했다. 처음으로 ELT라는 시장에 뛰어드는 천재인터내셔널은 OUP의 명성을 신뢰, OUP의 요구대로 연간 200만 파운드(약 31억원)의 개런티 금액을 설정했다.

천재인터내셔널 측은 “계약 체결 당시 OUP는 ELT 교재가 국내 시장에서 판매가 잘 되고 있고, 앞으로도 판매가 더욱 늘어날 도서라고 설명하며 천재인터내셔널이 계약을 체결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했다”면서 “그러나 실제 OUP가 천재인터내셔널에 배정해 준 ELT 교재는 시장성 내지 수요 자체가 아예 없는 도서들이었다”고 주장했다.

천재인터내셔널 측은 또 “OUP는 ELT 교재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천재인터내셔널의 상황을 악용해, 매년 200만 파운드를 의무적으로 주문하도록 했다”면서 “이러한 의무 주문 금액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 그나마 상대적으로 판매가 되는 타이틀의 독점권을 빼앗아, 다른 유통사에 배정하겠다는 협박이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천재인터내셔널은 그나마 판매가 되는 타이틀의 주문 만으로는 도저히 200만 파운드의 개런티를 맞출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팔리지 않는 타이틀까지도 주문을 해야만 했다. OUP는 천재인터내셔널에 매월 Sales Forecast(판매목표)를 작성해 이를 OUP 한국지사에 보고토록 하고, 해당 수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지속적으로 주문을 강요, 천재인터내셔널은 매년 엄청난 금액의 재고 및 적자를 떠안게 됐다.

아울러 OUP는 반품 인정 여부에 관한 재량권이 전적으로 OUP에 있다는 점을 들어, 반품도 철저히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도서의 일반적인 매매계약서에서 반품을 인정하고 있는 국내 상황과는 완전히 다른, 매우 불리한 조건의 독소규정이었다.

2015년 6월 연장계약을 체결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2012년에 체결했던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창고에 쌓여 있는 재고가 전혀 판매할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천재인터내셔널로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연장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다.

천재인터내셔널 측은 “연장 계약 시, OUP는 연간 개런티 금액을 200만 파운드에서 220만 파운드(약34억원)로 일방적으로 증가시켰다”면서 “아울러, 매년 마케팅 비용으로 총 주문금액의 7%를 지출하도록 강제했으며, OUP 한국지사는 매월 Marketing Report를 보고 받으면서 지출이 적을 경우 지출을 늘리도록 강요하고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압박을 계속했다”고 주장했다.

또 “2012년부터 천재인터내셔널이 한글지도서 개발을 위한 비용(누적금액 5억원 이상)을 지출했으나, 지도서 개발에 소요된 비용은 마케팅 비용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마케팅 비용을 더욱 늘리라고 강요했다”고 밝혔다.


천재인터내셔널 관계자는 “OUP는 자신들의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터무니없는 금액의 개런티를 강요했다는 점에서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OUP는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배상책임을 반드시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성렬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