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레이가 앞으로 3년 동안 한국에 1조원을 투자한다. 5500억원을 들여 이차전지 분리막 생산 라인 등을 증설한다. 국내 대기업이 중국, 베트남 등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와중에 외국 기업이 반대로 한국에 투자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도레이는 도레이첨단소재, 도레이배터리세퍼레이터필름코리아(TBSK), 도레이배터리세퍼레이터필름코팅코리아(TBCK), 스템코 등 한국도레이그룹 계열사에 골고루 투자할 뜻을 내비쳤다. 특히 떠오르는 전기자동차 시장을 겨냥,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거액을 베팅하기로 했다.

도레이의 한국 투자는 시사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한국이 여전히 제조업 기지로써 매력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에는 세계 최대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생산라인이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이곳에 재료와 장비를 공급하는 협력사는 인근에 생산 공장을 지어야 신속한 고객대응이 가능하다. 여기에 한국엔 고급 인력이 많다. 기술지원 인프라나 협력 기업도 많아 제조공장을 운영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중국이나 베트남보다 인건비가 비싸더라도 좋은 제품을 생산해 매출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도레이도 이번 투자로 2020년까지 한국내 매출을 5조원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국이 제조기지로서 좋은 조건을 갖추고도 외국 기업 투자 유치에 얼마나 열의를 갖고 나섰는지도 돌아볼 일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겉으론 외자 유치에 열을 올렸지만 내실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중국 정부나 중국 지방정부가 용지, 용수, 전기 등 관련 인프라나 편의를 손쉽게 제공하거나 투자비 일부를 지원한 것과 좋은 대조를 이뤘다.

도레이가 앞으로 3년 동안 1조원을 투자하면 이에 비례해 국내 일자리도 크게 늘어난다. 최근 한국 정부는 국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한국 기업의 해외 투자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 기업 투자를 유치하는 역발상도 생각해 볼 만하다. 도레이의 투자에 마냥 박수만 보낼 것이 아니라 이를 더 장려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