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부처 과학기술 정책과 예산 분배를 담당하는 차관급 조직 '과학기술혁신본부'. 과기 부문 연구개발(R&D) 예산 편성·집행권 이양 작업이 한창이어야 하지만 눈치만 보고 있다. 자칫 제대로 일도 해보지 못하고 비난만 받는 처지가 우려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가 과기 컨트롤타워 성패는 사실상 혁신본부가 쥐고 있다. 이대로 책임만 넘기고 권한은 주지 않는 상태로 흐지부지될 경우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의 야심에 찬 과기 육성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결국 과거 몇몇 정부에서처럼 '실패'의 책임을 묻는 공허한 공방만이 난무하는 처참한 결과가 기다릴 뿐이다.

과기정통부는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면서 거대 부처로 출발했다. 그만큼 주시하는 눈도 많고, 지적과 비난 강도도 셀 것이다. 거대 부처라면 책임과 권한 모두가 커야 한다. 권한을 부여하지 않으면 과거와 달라질 게 없다.

기획재정부가 국가 R&D 사업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권한을 행사하면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R&D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 같은 과거 학습효과에 따라 국가 R&D 사업 예타 조사 권한 이관을 핵심 국정 과제로 내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결정이기도 했다. 야당 의원까지 힘을 실어 주는 사안이다.

국무조정실 중재에서 기재부는 동의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기재부 실무진이 강하게 반발, 진척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들려 온다. 청와대는 그동안 여러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R&D 예산권 독립성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의지를 기재부 실무선에서 뭉개고 있는 셈이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대통령 의지'까지 꺾어 가며 'R&D 예산권 독립'을 거부한 결과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계획대로 컨트롤타워 역할과 권한이 부여된다면 과기정통부가 과기 정책 결과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기재부 반대로 당초 계획이 틀어진다면 그로 인해 발생한 결과의 책임은 기재부에 있다. 책임은 피하고 권리만 챙기겠다는 구태는 이제 끝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