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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연구진은 달에서 폭 1㎞, 길이 수백㎞에 이르는 동굴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과거 화산 활동으로 생겨난 거대한 용암 동굴은 강력한 에너지의 우주 방사선과 수시로 날아드는 운석을 막아 우주인이 장기간 안정 거주를 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030년까지 달에 유인 우주기지 건설을 목표로 내세운 유럽우주기구(ESA)로서는 대단히 중요한 진전이다.

프랑스 스타트업 기업 STEP은 수소연료전지차(FCEV) '투산 ix35' 60여대를 파리 시내에서 택시 영업에 투입했다. 1회 충전에 600㎞ 가까이 달리면서도 주행 도중에 물과 수증기 말고는 배출 가스를 내놓지 않는 친환경 차량이다. 프랑스 정부는 2030년까지 FCEV를 80만대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뉴스에는 연관 키워드가 하나 있다. 바로 '원자력'이다.

원자력 기술은 FCEV 개발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 연료전지 작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의 흐름을 원자로에서 생산한 중성자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면서 끊임없이 설계를 개선한 것이다. 달과 화성에 건설될 우주기지에 에너지원을 공급할 가장 유력한 방법도 원자력이다.

달은 밤이 14일나 계속되는 데다 운석과 방사선 때문에 태양광 패널을 세우기조차 어렵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11년 우주기지에 전력을 공급할 서류가방 크기의 초소형 원자로 개념을 공개한 바 있다.

원자력은 20세기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인류가 본격 사용한 지 100년이 채 안 된 최신 기술이다. 폐기물이나 안전 등 현안이 적지 않지만 기술 발전 지속으로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원자력은 우주 탐험용 동력원뿐만 아니라 장마로 태양광 발전량이 떨어질 때 부족한 만큼의 전기를 생산하는 부하추종형 원전이지만 석탄을 전혀 쓰지 않고도 철강을 만드는 원자력 수소 환원 제철, 전기자동차에 필수인 대전력 반도체 생산, 방사선 이용 의약품 개발과 농작물 신품종 개발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면서도 세상에 없던 제품 및 신기술을 만들어서 우리 삶과 국가 경쟁력을 혁신할 수 있는 등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말이 있다. 원자력에 내재된 본연의 혁신성과 역동성을 살려 미래를 준비하려면 원자력 연구개발(R&D)에 변모가 필요하다. 미래에 대한 혁신형 R&D를 통해 국민이 불안해 하고 걱정하는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다른 분야와 적극 융합, 우리나라 과학 기술 및 공학 분야에 기여하는 학문 분야로서 원자력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우선 국민이 우려하는 원자력 관련 이슈로 지진, 다수기 등에 따른 원전의 안전 문제, 해체 기술 확보 및 고도화 문제, 사용후핵연료의 처분 문제 등 다양한 문제와 관련해 혁신형 원자력 R&D로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또 원자력 기술 혁신 방안으로 4차 산업혁명의 요소 기술과 융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로 다물리 현상을 가상공간에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가상 원자로 개발은 원자력 기술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

원자력계는 국민의 공감을 얻고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노력과 함께 타 분야와 기술을 융합, 혁신 기술로 '퀀텀점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R&D를 적극 실시해서 국민이 걱정하는 문제에 적절한 해법을 제시할 때 원자력계는 국민이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과학 기술 분야로서의 중요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박홍준 한국연구재단 원자력단장 junny@nrf.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