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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기 비행 훈련 장면.(사진=전자신문DB)

규제 완화의 빈틈을 파고든 사설 드론 교육 기관이 기하급수로 늘고 있다. 지도 교관의 비행 경력 요건은 200시간에서 100시간, 시험 평가 교관은 300시간에서 150시간으로 각각 줄어든 게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교관 수 증가는 교육 기관 설립을 쉽게 한다.

문제는 드론 자격증 난립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지도·평가 교관으로부터 비행 경력 20시간을 확인받아야 하지만 이 과정을 관리할 감독 당국이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가 오히려 자격증 질을 저하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행 실습 시간 속여도 몰라

정부는 지난해 지도·평가 교관의 비행 경력 조건을 기존 시간의 절반으로 완화했다. 드론 조정 인력 양성을 위한 결정이다.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드론 자격증 취득자가 2015년 205명에서 2016년 454명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올해는 1분기에만 320명이 시험에 합격했다.

교관 숫자가 늘면서 교육장도 빠르게 증가했다. 정확한 통계는 잡히지 않지만 현재 전국에 사설 교육장 30여곳이 문을 열었다. 대부분 최근 1년 새 설립됐다. 정부 지정 교육 기관도 16곳에서 지난달 3곳이 더 추가됐다.

그러나 쏟아지는 수강생, 교관, 교육장을 뒷받침할 정책 마련은 더디다. 당장 비행 실습 시간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 규정대로 20시간 이상을 실습했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감독 권한 관련 법이 없는 데다 수강생 전부를 살피기엔 관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사설 교육 기관도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 설립 절차가 간단하기 때문이다. 지정 교육 기관은 교관, 교재, 장비, 시설 관련 일정 기준을 통과해야 세울 수 있다. 강의실 면적은 3㎡ 이상이어야 한다. ㎡당 수강생 1.2명을 넘을 수 없다. 별도 사무실과 드론 시뮬레이터도 갖춰야 한다.

반면에 사설 교육장은 이 같은 규정을 피해 갈 수 있다. 관리·감독이 소홀한 사이에 무신고 사설 교육장도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기체 보험 가입과 안전 인증 통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신고 제도를 두고 있다.

사설 교육장 수강생은 1000여명 규모로 분석된다. 올해 필기 시험을 본 응시생 수로 가늠한 추정치다. 지정 교육 기관 수료생은 필기 시험이 면제된다. 올해 1월부터 7월 31일까지 드론 필기 시험을 본 응시생은 1512명이다. 2015년 156명, 2016년 501명에서 크게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반값 수강료를 앞세운 사설 교육 기관이 폭증하면서 사후 관리 허점이 커지고 있다”면서 “규제 완화도 좋지만 부작용에 대한 제도 보완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드론 자격증, 영양가 '글쎄'

드론 교육 기관 대부분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업을 편성한다. 기숙사를 차려 놓고 하루 종일 수업을 듣도록 하기도 한다. 합숙을 거부하면 입소가 불가능한 곳도 있다. 수강료는 350만원 안팎이다.

그러나 힘들게 자격증을 취득해도 활용할 영역은 많지 않다. 영양가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자격증 소지자 혜택은 전무하다. 관련 분야에 진출할 때 가산점을 주는 등 인센티브 제도와 결합되지 못했다. 일자리 찾기도 어렵다. 기체 중량 12㎏을 초과하는 사업용 드론에 한해 자격증을 취득하는데 대형 드론 수요가 크게 줄었다.

갈수록 드론이 소형화·고성능화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결국 자격증을 실무와 연결하려면 다시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카메라·사물인터넷(IoT) 드론 작동 방법을 배우는 합격생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 내용이 부실하다는 주장도 있다. 지정 교육 기관에서 실습 20시간을 마치면 필기 시험이 면제된다. 실기 위주 수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비상 시 대처 요령과 드론을 구성하는 모터 변속기, 배터리 등 핵심 부품 이론 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박석종 한국드론산업협회 회장은 “포화된 농약용 드론 시장 외엔 자격증만으로 진출할 영역이 마땅치 않다”면서 “드론 사용처에 따라 자격증 제도를 세분화, 활용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7kg 촬영용 드론 자격증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드론 교육 질·인프라 높여야

실전형 드론 인재 양성을 위한 맞춤형 교육 제도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온다. 최근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카메라 드론은 10가지 넘는 기능을 탑재했다. 제스처 기능은 아예 드론 조종기를 없애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드론이 사람 손·머리 동작, 표정을 인식해서 지시하는 대로 움직인다.

특정인을 따라다니며 촬영하는 팔로 미 기능도 진화했다. 자동차 번호판을 지정해 주면 해당 차량을 계속 추적할 수 있다. 촬영 도중 기체에 이상이 생기면 스스로 회군하는 것도 가능하다. 법 위반 차량을 단속할 때 유용한 기능이다.

드론 매핑 기술은 이미 관련 시장을 확보했다. 지적 조사, 지적·항공 측량에 쓰인다. 드론을 날리기만 하면 입체 지도를 자동으로 뽑아 낼 수 있다. 공공기관이나 건설 현장 중심으로 사용처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현행 교육 여건은 이 같은 흐름에 뒤처지고 있다. 드론 융합 기술을 알려주는 시설은 손에 꼽을 정도다. 드론 교육 기관 숫자도 태부족이다. 현재 정부 지정 교육 기관은 16곳에 불과하다. 일본 91개, 중국 241개에 비해 턱없이 적은 규모다.

반면 드론을 배우려는 수요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지난해 드론 실기 시험을 본 응시생은 모두 738명이다. 그 가운데 454명이 합격(61.5%)했다. 올해는 반년 만에 1170명이 시험을 치러 788명(67.4%)이 통과했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실에 맞는 드론 교육, 시험 시스템을 설계해 무인비행장치 조종자 자격증이 일자리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시스템을 개발, 발전시키면 수출 모델로도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