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계 최대 규모 인수합병(M&A) 승인을 기다리는 퀄컴이 유럽연합(EU) 규제 당국에 인수대상인 NXP반도체가 보유한 표준특허를 매입대상에서 빼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국에서 권리 남용 여부를 조사 받고 있는 퀄컴이 자율주행차·사물인터넷(IoT) 특허가 강점인 NXP를 인수하면 특허권 행사 범위가 확대되리란 시장 우려를 불식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퀄컴 제안이 승인되면 NXP 특허가 어느 업체에 매각될지도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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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매입대상서 NXP 표준특허 뺀다”

로이터는 최근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퀄컴이 380억달러(약 43조원) 규모 NXP반도체 인수를 승인 받으려고 5일(현지시간) EU집행위원회에 표준필수특허는 제3자가 매입할 수 있도록 인수대상에서 제외하고, 근거리무선통신(NFC) 특허는 방어 목적 외에는 권리 행사를 하지 않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번 제안은 반도체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NXP 인수가 성사되면 퀄컴이 급성장하는 자동차 반도체 시장을 장악해, 특허권 행사가 모바일 산업에서 다른 산업으로 번질 수 있다는 당국 우려를 불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퀄컴과 NXP 특허 기술은 서로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다. 특허전문업체 테크인사이트가 지난해 두 업체 미국 특허를 비교한 자료를 보면 NXP(7325건)는 퀄컴(2만412건)에는 부족한 자율주행차와 사물인터넷(IoT) 특허를 다량 보유하고 있다. NXP가 이미 2015년 프리스케일 반도체를 118억달러(약 13조원)에 인수하면서 자동차 반도체 1위 업체가 됐기 때문에 퀄컴이 NXP를 인수하면 자연스레 이 분야 1위로 올라선다.

◇“EU집행위, 경쟁사·고객사 반응 수집”

퀄컴 말대로 특허권을 제한 행사하고 표준특허가 제3자에게 넘어가면 대규모 특허 분쟁을 벌이고, 불필요한 특허를 묶어 고객사와 사용 계약(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퀄컴 사업 관행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전망이다. 퀄컴 입장에서 자신이 매입하지 않는 특허 중 사업에 필요한 기술은 특허 사용 계약 체결로 대신할 수 있다.

현재 퀄컴은 주요국에서 독점 지위 남용 등으로 조사를 받고 있고 애플과도 분쟁이 확대일로다. 퀄컴은 중국(2015년)과 한국(2016년)에서 차례로 1조원 규모 벌금을 부과받은 데 이어 지난주 대만에서도 반독점행위로 8800억원 과징금이 부과됐다. 지난 1월 미국 연방무역위원회로부터 반독점혐의로 제소당했고, 비슷한 이유로 EU집행위원회 조사도 받고 있다.

EU집행위원회는 경쟁사와 고객사에 이번 제안을 전달하고 지난주까지 반응을 접수한 뒤 답변이 부정적이면 퀄컴에 요구사항을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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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NXP반도체 홈페이지 화면 캡처

◇“NXP 표준특허, 누구 손에”

특허업계 관심사는 퀄컴 제안이 수용되면 NXP 특허가 누구 손에 들어가느냐다. NXP 특허가 급성장 중인 자율주행차와 IoT에 집중됐다는 점도 중요하다.

영국 특허매체 아이에이엠(IAM)은 “시장에 풀릴 NXP 특허 규모는 현재 가늠하기 어렵다”면서도 “NXP 특허 처분이 현실화하면 2011년 노텔 특허 매각에는 못 미쳐도 상당한 관심을 받는 거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당시 노텔 특허 6000여건은 록스타 컨소시엄(마이크로소프트·애플 등)과 구글이 경쟁한 덕분에 매각가가 45억달러(약 5조원)에 달했다.

최근 반도체업계 M&A가 활발해지면서 업체 간 소송이 늘어난 것도 호재다. 특허망 강화가 필요한 기업과 특허 수익화를 노리는 잠재 투자자가 NXP 특허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 IAM은 “현재 미국 내 어려운 라이선스 환경을 고려하면 2011년처럼 활발한 거래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도 “제3자가 NXP 특허를 매입하면 침체한 라이선스 시장에 활력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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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종 IP노믹스 기자 gjg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