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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캠퍼스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신공장 'A5(가칭)' 총 투자 규모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연말 첫 설비 발주를 앞두고 있으나 여러 변수가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 등 경쟁사가 OLED 양산에 속속 돌입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 독점 구조가 서서히 완화될 전망이다. 삼성 패널을 사용한 애플 아이폰Ⅹ 시장 반응에 따라 향후 공급 물량도 조절될 수 있다. 애플용 생산라인의 수율을 어디까지 끌어 올리느냐도 추가 설비투자를 좌우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산 탕정산업단지에 건설 중인 신공장 A5 첫 설비 투자 규모를 월 3만장으로 할지, 월 6만장으로 할지 놓고 고민 중이다. 올 상반기만 해도 전체 투자규모 윤곽이 대략 나왔지만 하반기 들면서 경쟁사 분위기가 반전한 게 영향을 끼쳤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12월 A5 공장 첫 설비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월 3만장 규모로 1차 투자를 시작할 가능성이 짙지만 경쟁사 상황, 자체 수율 등에 따라 월 6만장 규모가 될 여지도 있다. 주요 전공정 장비 고객사에 장비 납품 일정을 구두 통보했다.

하지만 아직 전체 투자 규모는 확정하지 못했다. 당초 A3를 상회하는 '슈퍼 OLED 공장'으로 꾸리는 방안에 힘이 실렸으나 경쟁사 추격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수 있고 기존 A3 공장 수율도 아직 만족할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한 관계자는 “A3 수율이 높아지면 자연히 추가 투자 규모를 줄일 수 있다”며 “수율과 경쟁사 현황을 계속 살펴야 하므로 전체 투자규모를 최종 결정하는 시점은 내년 가을께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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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픽셀 2XL (사진=구글)

삼성디스플레이가 가장 예의주시하는 경쟁사는 LG디스플레이다. LG디스플레이는 첫 6세대 OLED 공장 E5에서 양산하는 제품을 구글 '픽셀2XL' 모델에 공급한다. 외부서 E5 수율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정작 LG디스플레이 내부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최근 E5 라인에 최종 양산 가동을 위해 전체 라인 현황을 살피고 조율하는 팀을 투입했다.

다른 관계자는 “초기에 E5 수율이 낮았지만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상당한 수준으로 수율이 높아져 내부서 고무된 분위기”라며 “첫 도전치고 괜찮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과 자신감이 커졌다”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가 빠르게 안정된 생산 체계를 갖추면 복수 공급망을 선호하는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 물량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최대한 수요 대비 공급을 빠듯하게 설정해야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취할 수 있다. 가격대를 높게 유지하면서 향후 물량 감소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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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X (사진=애플)

애플용 패널을 양산하는 A3 라인이 아직 안정된 수율을 달성하지 못한 것도 투자 결정을 미루는 요인이다. 보통 기술이 성숙한 액정표시장치(LCD)에는 98% 안팎을 '골든 수율'로 적용한다.

하지만 6세대 플렉시블 OLED는 아직 골든 수율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세계 시장에 독점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의 기준이 곧 세계 표준이 된다. 플렉시블 OLED가 LCD보다 공정 기술이 까다롭고 재료를 다루기 어려워 LCD 수준의 수율을 달성하려면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현재 애플 제품을 생산하는 라인의 수율은 60% 이하로 파악된다. 후공정을 거치면 수율이 더 떨어진다.


애플이 요구한 패널 기술이 삼성전자나 중국 기업에 공급하는 패널보다 난도가 높은 것도 영향을 끼쳤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달까지 A3 전체 라인을 안정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종 수율을 확인해야 이후 생산량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1분기까지 최대한 수율을 끌어올린 뒤 고객사 요구 물량과 생산 가능 수량을 계산해 추가 설비 투자 규모를 산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