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부 입장에선 수출이 안중에도 없을 법하다.

그 흔한 업종별 수출 대책회의니 해외 시장 개척단을 단 한 차례도 보내지 않았는데도 수출은 날마다 신기록 행진을 하고 있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데 우리 경제의 목줄을 움켜쥔 수출이 치솟으니 운으로 치면 최고 경지라 할 만하다.

그렇다고 이게 마냥 즐기고만 있을 일일까.

16일 발표된 9월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수출 실적을 놓고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반기는 표정보다 우려가 더 많이 쏟아졌다. 두 달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이 쓰였지만 모든 증가 실적은 반도체 홀로 독식한 구조다. 반도체는 역대 처음으로 월 단위 100억달러 수출액에 육박하면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전체 수출의 절반을 넘어섰다. 더욱이 우리나라 전체 산업 수출액의 17.9%를 혼자서 담당했다.

ICT 외 철강 산업이 다소 회복세에 있지만 여전히 우리 수출 산업의 주력인 휴대폰, 선박, 자동차 등 부문은 수출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중국 시장 대응이 늦어지면서 이들 수출 주력 산업이 이전 수준까지 회복하는데 5년 이상이 걸릴 것이란 예측에 아예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넜다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수출이 다른 국가에 비해 불황 속에서도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 온 것은 '업종별 대체 효과'와 함께 '선제 투자를 통한 기술 격차 효과'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요가 전 세계 4차 산업혁명 가속과 함께 10년 이상 장기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전망도 있지만 여전히 반도체 이외는 전부 경쟁력을 잃어 가는 구조로 가서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반도체 역시 지금의 호황에 젖어 중요한 투자나 기술 개발을 놓친다면 호황은 오래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수출이 가장 좋은 지금' 기업이 기술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업종별 리스크 대응 방안을 준비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가 닥쳐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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