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국코리아 건설에 투입된 통신장비 대부분은 외산이다. 그것도 중국산이 장악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은 국내 산업생태계가 전혀 조성되지 못한 셈이다. 네트워크 보안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정보통신기술(ICT) 장비산업 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2013년 범부처 차원에서 '정보통신 최강국 달성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ICT 장비산업 경쟁력 강화전략'을 추진했다. ICT 인프라 구축 초창기에는 외국산 장비에 의존하더라도, 이후 전후방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차원이었다. 목표는 올해(2017년)까지 ICT 장비 국내 생산액 10조7000억원, 글로벌 강소기업 15개사, 일자리 7만4000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었다.

결과는 허망했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ICT 인프라를 구축하는 핵심장비 가운데 네트워크 장비는 32%, 방송장비는 75%, 컴퓨팅장비는 86%가 외산인 것으로 조사됐다. ICT 장비산업 생산액과 생산규모도 오히려 2013년보다 2조원 넘게 줄었다. 일자리도 2013년 18만9493명에서 18만7933명으로 2000명 가량 감소했다. 이쯤 되면 정부가 정책은 수립해 놓고 전혀 챙기지 않았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전방 산업에 힘입어 후방산업까지 동반 성장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과 대조적이다. 반·디 산업은 반복되는 시행착오에도 불구, 정부 매개의 대중소기업 협력 사업을 꾸준히 전개했다. 정부 정책이 이뤄낸 성과라고 볼 수는 없지만, 최소한 국산화에 대한 산업계 노력을 독려하는 효과로는 작용했다.

반면 통신장비는 자체 개발보다 안정성이 검증된 외산 제품을 중심으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당연시 됐다. 수요와 연계한 R&D 정책도 부족했다. 정부 개입 없이는 앞으로도 이같은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ICT 장비 산업 육성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다. ICT산업이 급속히 성장하는 상황에서 손을 놓을 수도 없다. 보안이라는 복병도 존재하는 만큼 최소한의 경쟁력은 지켜가야 한다. 정부는 새롭게 ICT 장비산업 육성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고 꼼꼼히 챙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