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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한국 로봇산업에 중국 자본이 몰려오고 있다. 수십억 규모 뭉칫돈 투자를 제안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 자본 유치로 거대한 중국 시장에 손쉽게 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호재지만, 현지 생산시설 설립 등을 조건으로 내세워 기술유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로봇업계에 중국자본 투자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로봇기업 A사는 중국기업과 수십억원 규모 투자를 협의 중이다. 투자자 측에서는 투자조건으로 중국 현지에 공장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A사는 국내 생산라인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코스닥 상장사인 B사는 3년 전부터 최근까지 투자사를 통해 중국자본의 투자 문의가 지속적으로 들어온다. B사 인사는 “외부 수혈이 시급한 상황이 아니어서 제의를 고사했다”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중국발 투자 수요가 계속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8월에는 KOTRA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공동 주관한 '한·중 로봇산업 전략적 투자유치 로드쇼'가 처음 열렸다. 중국기업 38개사, 국내 기업 11개사가 참여했다. 이번 행사가 열리게 된 이유도 로봇업계 투자 수요가 꾸준히 있었기 때문이다.

정은주 KOTRA 지능정보산업유치팀장은 “중국에서 국내 로봇기업 투자 수요가 있다는 점을 파악했고, 로봇업종만을 대상으로 무역사절단을 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사드 여파로 투자설명회 반응이 시들할까 걱정했지만 현지 투자자 관심이 예상 외로 컸다”고 전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국이 로봇기업 인수에 쏟은 금액은 지난해 기준 89억달러(약 10조원)에 이른다. 국내 로봇기업 역시 중국자본 관심을 닿고 있다. 국내 대표 사례로는 2015년 중국 디신퉁그룹이 인수한 디에스티로봇이 꼽힌다.

중국 정부는 2014년 '로봇굴기' 선포 후 로봇산업 육성에 전폭 지원하고 있다. 자국 로봇산업 경쟁력 강화 일환으로 해외 로봇기업을 사들이고 있다.

국내 로봇기업에 중국자본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기술력 때문이다. 한국은 중국보다 시장 규모는 작지만, 기술 노하우는 중국에 앞서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미국 대비 기술격차가 한국은 4.2년, 중국은 7.1년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으로서 중국자본 투자 제의는 솔깃하다. 투자금과 중국시장 안정적 판로를 확보하는 일석이조 장점 때문이다. 국내 로봇산업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만큼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로봇기업에 투자 제의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류지호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로봇성장사업단장은 “중국 측에서 국내 로봇기업에 투자하려는 시도가 계속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중국 현지에서도 서브모터, 제어기, 감속기 등 로봇 핵심 부품 기술력에 고민이 많아 국내 완성업체는 물론 부품업체 투자에 호의적인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해외자본이 들어오면 기술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투자로 성장동력을 확보하면서도 고유 기술은 지키는 묘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영훈 한국로봇산업협회 이사는 “해외 자본이 들어와 경영권이 넘어가게 되면 기업이 그간 쌓아왔던 기술 노하우와 숙련 인력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미래 핵심산업인 국내 로봇산업 경쟁력에 끼칠 역효과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