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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소 기자

“(다른 회사가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보니)박탈감이 드네요.”

게임업계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지난해 말부터 일부 회사가 게임 흥행을 이유로 비정기 인센티브를 줬다. 이것을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다.

회사와 직원이 성과를 나누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보상 체계가 들쭉날쭉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게임업계 인센티브 지급 경향은 경영진의 자의 판단에 근거한 경우가 많았다.

디렉터급 개발자가 아니면 프로젝트에 들어갈 때 성과 인센티브 기준을 미리 정하는 경우가 드물다. 특히 개발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지원 조직은 회사가 주는 대로 받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게임은 흥행 산업이다. 돈을 많이 벌 수 있을지, 망할지는 신경 쓰지 말고 도전해야 한다. 한국의 강점인 온라인·모바일게임은 출시 타이밍과 운영이 중요하다. 종사자의 업무 강도가 때때로 매우 강할 수밖에 없다. 게임 흥행 후 받을 것으로 기대하는 물질 보상이 중요한 대가가 된다. 많은 개발사와 직원이 게임 흥행 이후 갈등을 겪는다. 회사와 직원 간 보상 기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전사에 걸쳐 인센티브 지급 기준을 구체화해서 정하고 제도화하는 것이다. 경영진이 그때그때 결정해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장기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칫 생태계나 회사 내부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요즘 게임업계에는 대형사들이 '자존심 때문에 인센티브 경쟁을 벌인다'는 씁쓸한 우스갯소리가 나돈다. 좋은 실적에도 인센티브를 못 받은 기업 직원들은 그들대로 기분이 개운치 않다. 이미 많은 글로벌 게임기업이 연봉 계약이나 프로젝트 시작 시 인센티브 내용을 명문화해 운영한다.


올 한 해 게임업계 화제가 '과로'였다. 야근을 없애기 위해 근무 환경을 정비하겠다는 기업이 늘었다. 각사가 명확한 보상 체계 기준을 함께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