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 '홀로그램 원조' 최경군 아이시드 대표 사무실을 찾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벽면 사방이 홀로그램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50인치 크기 모니터가 제일 먼저 시선을 잡아끌었다. 무심코 화면을 바라봤다. 갑자기 외제차 여러 대가 공중에 등장, 빙빙 돌기 시작했다.

놀라움을 뒤로 한 채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이번엔 벽에 걸린 액자 속 그림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대화를 나누는 남녀가 보였다. 좌우로 늘어선 액자마다 서로 다른 장면을 연출했다.

Photo Image
최경군 아이시드 대표.(사진=전자신문DB)

작품에 빠져든 기자에게 최 대표는 “미국을 비롯해 세계 다섯개 나라 특허를 확보한 진짜 홀로그램 장비”라며 으쓱해했다. 그는 신명나게 설명을 이어갔다. “영상이 유리 화면에서 60cm 떨어져 나타난다”며 “제품 명칭은 투영시스템”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시대를 너무 앞서간 탓일까. 최 대표 야심작은 지금까지 단 한 대도 팔리지 않았다. 그는 “15년 전 개발을 완료하고 영업에 나섰지만 구매한 고객은 아직 아무도 없다”며 “사무실에 구경 오는 손님에게만 공개하는 실정”이라고 아쉬워했다.

시장의 외면은 그를 궁지로 내몰았다. 공장 건물이 경매로 날아갔다. 20여 남짓 직원도 모두 회사를 떠났다. “꿈을 포기해야 할 만큼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고 최 대표는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홀로그램에 대한 희망의 끈은 끝까지 놓지 않았다.

보유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다른 시장을 찾아 나섰다. 그러던 중 정품 인증 QR코드 시장을 눈여겨봤다. QR코드에 도용, 위조가 불가능한 홀로그램을 넣으면 짝퉁을 막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최 대표는 기존 기술과 QR코드를 접목한 플로팅(Floating) 홀로그램을 독자 개발했다. QR코드 내부 글자당 최대 600장씩 사진을 조합한 뒤 개별 사진을 위아래로 돌리거나 좌우로 움직이도록 설계, 복제를 원천봉쇄하는 기술이다.

선택은 적중했다. 이른바 대박을 쳤다. 사업 개시 5년 만에 국내 기업 대부분이 최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비밀유지 계약 때문에 회사 이름을 공개할 순 없지만 공기업을 포함해 700여개 회사에 공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최근 고속성장 기회도 잡았다. 중국 수·출입 검역국(CCIC, China Certification & Inspection Group Co. Ltd)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중국으로 들어가는 국내 수출품 대상 원산지 증명 스티커 부착 역할을 맡았다. 그동안 중국 세관이 현지에서 이 스티커를 직접 붙여왔다. 앞으로 아이시드에 위임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정품인증 기술에 대한 신뢰가 쌓인 결과”라며 “국내에서 원산지 증명 스티커를 붙이게 되면 통관 비용과 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CCIC는 우리나라 관세청과 비슷한 기관이다. 아이시드의 QR코드를 중국 전역에 퍼트릴 목표다.

아이시드 QR코드는 전자제품, 자동차 부품, 화장품, 의약품 등 품목을 가리지 않고 부착된다. 마케팅 도구로도 주목받고 있다. QR코드에 빅데이터 연동 솔루션을 적용했다. 제품이 팔릴 때마다 판매·구매 이력이 남는다. 지역별 판매량 추이와 소비 형태를 분석하는 데 유용하다.


최 대표는 “한 달 평균 5000만장 넘게 찍어내고 있다”며 “국내 성공 경험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